은행 영업대전(大戰)의 격전지인 수신과 대출분야에서 올 들어 하나은행이 두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은행의 예금과 가계대출은 1분기 중 감소세를 기록했다. 펀드 시장에선 신한은행이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경제신문이 3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빅4'를 포함한 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1분기 영업실적을 조사한 결과,이처럼 부문별로 시장 판도에 변화 조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신경쟁 1위는 하나은행 지난해 초저금리로 은행권에서 빠져나갔던 자금이 올 들어 은행권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하나 신한 제일 등 대부분 시중은행들의 예금잔액이 지난 1분기 중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예금 총잔액이 1분기 동안 2조2천3백44억원 증가해 조사 대상 6개 은행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이어 신한은행의 총예금이 1조1천8백82억원 증가했고 우리은행과 제일은행의 3월 말 현재 예금 잔액도 작년 말보다 각각 2천6백59억원,2천5백3억원 증가했다. 예금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금리경쟁을 촉발시킨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도 이 기간 중 점유율을 높였다. 이달 들어서도 농협중앙회와 조흥은행 등이 연 4%대의 특판 정기예금을 내놓는 등 은행간 수신경쟁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에 비해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총예금 잔액은 3월 말 현재 1백25조6천4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오히려 3조4천8백2억원이나 줄었다. 조흥은행의 예금잔액도 1분기 중 7천9백76억원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0.1∼0.2%포인트만 올려도 수조원의 예금을 단기간에 유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은행에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단순히 수신을 늘리기 위한 출혈 경쟁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신영업에서도 하나은행 약진 금융대전의 최고 격전지로 꼽히는 가계대출 분야에선 하나은행이 7천3백67억원을 늘려 증가액 측면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가계대출도 이 기간 중 각각 4천1백40억원,1천1백53억원 늘었다. 반면 소매금융 시장의 맹주인 국민은행은 1분기 중 가계대출을 1조5백46억원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놓고 은행의 가계대출이 과열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축소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연구소는 이날 '내수회복 가능성과 가계대출 시장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진입하고 있고 외국계은행의 공격적인 영업 등으로 미뤄볼 때 금융권의 가계대출 시장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과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대출 시장에서도 하나은행의 약진세가 눈에 띄었다. 하나은행은 1분기 중 기업대출을 5천6백97억원 늘리며 우리 국민 신한 등 다른 경쟁은행을 압도했다. 제일은행도 기업대출 시장에서 공격영업을 펼치며 기업대출 잔액을 6천8백47억원이나 증가시켰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이 기간 중 1백2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의 경우 오히려 기업대출 잔액이 7백44억원 감소했다. ◆펀드시장에 신한은행 돌풍 은행간 격전을 벌인 펀드 판매시장에선 신한은행이 돌풍을 일으켰다. 신한은행의 펀드판매 잔액은 1분기 중 9천79억원 늘어 전년 말 대비 30% 가까이 신장했다. 하나은행도 공격적인 영업전략에 힘입어 같은 기간 중 펀드판매액을 6천6백59억원 늘렸다. 부동의 1위를 지켜온 국민은행의 판매잔액은 이 기간 중 5천1백7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규모면에선 16조1천7백34억원으로 여전히 다른 은행을 압도했다. 장진모·유병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