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은 2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소식에 애도를 표하고 교황이 생전에 민족과 종교간 대화를 고무해온 점을 높이평가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의 대변인 히샴 유수프는 "오늘은 애통한 날"이라며 "그를 잃어서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유수프 대변인은 아랍-라틴 아메리카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로 떠난 무사 총장을 대신한 논평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포함해 압박받는 사람들을 지지해온교황의 고귀한 자세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대변인 술라이만 아와드도 "교황의 서거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의 장례식에 이집트 정부 고위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재위 25년간 이집트를 비롯해 레바논과 시리아 등 여러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을 방문,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적극 노력했다. 교황은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헌신적 노력을 기울였다. 교황은 1986년 역대 교황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유대 교회당을 방문했으며, 2000년에는 이스라엘을 방문해 예루살렘의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 추모관과 `통곡의 벽'에서 기도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교황의 서거 소식에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시했다.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교황이 종교간 화해와 형제애를 고취시키는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샬롬 장관은 교황의 서거를 "모든 인류의 큰 손실"이라고 논평하고 그가 가톨릭교회와 유대인 및 유대국가간 관계 증진에 역사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부총리는 교황이 전체 인류를 포용하고 전통적인 신도를 초월하는 지도력을 보여준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라고 기렸다. 1993년 교황청과 이스라엘간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협상에 참여했던 랍비 다비드 로젠은 교황을 "가톨릭과 유대교간 화해에 앞장선 위대한 영웅"이라고 평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도 교황이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은 물론 평화와 자유, 정의의 가치와 모든 민족과 종교의 평등을 옹호하는데 평생을 바친 위대힌 종교 지도자"라며 애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타입 압델 라힘 사무총장은 "교황의 서거는 팔레스타인민족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인류의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황이 여러차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교황청으로 초청하는 등 "우리의 합법적 권리"를 지지해준데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2000년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순례하면서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찾아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그랜드 무프티와도 만났다. 그러나 교황의 예루살렘 방문 6개월 만에 알-아크사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팔레스타인 2차 인티파다(反이스라엘 봉기)로 비화하면서 4년여간 팔레스타인인 3천300여명과 이스라엘인 970명이 희생됐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무력대결을 중지하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결책을 찾도록 누차 촉구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