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의 잘못된 비판에까지 일일이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국제적인 자금 유출입이 분초를 다투면서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옳든 그르든 외국 언론들의 줄을 잇는 비판논조를 방치할 수만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사실 인식에 허다한 오류와 오해가 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달 일부 미국 언론이 은행 이사의 절반을 거주자로 제한한 금감원 조치를 비판한데 이어 엊그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5%룰 개정안을 비판한 것들이 바로 그런 사례다. 논란이 되었던 은행 이사 거주지 요건은 다름 아닌 미국의 제도이며 황금주등 경영권 방어장치는 유럽에서 발달한 제도일 뿐 한국만 특별히 운영하는 제도가 아니다. 더구나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45%를 넘나들고 은행은 70%를 외국인이 지배할 정도며 외국인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 1백20여개에 달하는 것이 한국의 자본시장이다. 개방이 과도했다 할 망정 국수주의를 거론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본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비난하고 있는 출자자 신원확인 문제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에 대해서는 이중삼중으로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 계열 비상장사에 대해 대주주의 가족 지분까지 공개하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비상장사가 회계장부를 공개하는 나라도 한국 밖에 없다. 정보의 과다한 노출이 문제일 뿐 반개방 정서 운운은 전혀 일리있는 비판이 아니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외국 언론의 오류를 시정하는 노력도 기울여야겠지만 국내 기업과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각종 역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을 차제에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국내외에 달리 적용해서 될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