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한때 하이닉스 인수설이 강하게 퍼졌습니다." 금주 초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사장을 만나 던진 첫 질문이었다. 황 사장은 "반도체 장비업체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어떻게 그런 소문이 돌았는지 모르겠다"고 즉각 부인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문이 나돌았을까. 국내 대형사와 거래가 끊긴 이후 펼친 그의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들어보면 그런 소문이 날만도 했다. 사실 황 사장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코스닥 CEO다. 3년간의 대규모 적자행진을 벗어나 주성엔지니어링을 다시 IT대표주의 반열에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2003년 매출 2백71억원,순손실 2백88억원이던 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이 지난해 매출 1천6백69억원,순이익 3백40억원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올 경영목표는 매출 2천2백37억원,순이익 4백30억원이다. 국내 대형사에 반도체장비 공급길이 끊긴 이후 한때 '회사 문닫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지만,LCD 부문 진출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황 사장은 "지난해가 턴어라운드 해였다면 올해는 외형확대를 통해 종합 반도체 장비업체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신규 반도체장비 부문에 진출하고 M&A(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인수설이 나돈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는 역시 공급처 확대다. 황 사장은 "향후 1∼2년 내 전세계 20위권 반도체 업체 대부분을 고객사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양산라인을 가진 웬만한 국내외 회사는 모두 '메이드 인 주성'을 쓰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야심이다. LCD 부문에서도 고객사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필립스LCD와 대만 치메이 등은 물론 일본 업체에도 납품을 준비 중이다. 사업영역 확대도 꾀하고 있다. 유기EL 장비사업 진출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위해 해외업체와 합작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식각장비 부문에도 도전장을 던져 올해 초 반도체 장비업체인 무한을 인수했다. 황 사장은 "사업 아이템을 넓혀나가기 위해 추가적인 M&A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분기부터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치메이와 LG필립스LCD 발주 지연으로 최근 주가 하락세가 이어진 것 같다"며 "하지만 납품과 양산시기는 변동이 없는 만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적호전 추이는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제2도약을 지켜봐 달라"며 인터뷰를 끝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