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다.'…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 거린 소리/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여름 한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소리도 입을 다물고/다만 산수유곷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내리는 눈발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황량한 회갈색 산과 들에서 눈에 확 띄고 수분(受粉)을 위한 곤충 유인도 쉽게 하려는 자연의 섭리일까. 이른 봄 남보다 먼저 피는 꽃은 노랗다. 생강나무, 복수초, 개나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빨리 선보이는 영춘화가 그렇고 산수유가 그렇다. 3월이 다가도록 춥고 바람 불더니 그래도 봄인가. 곳곳에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터졌다.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이다. 겉꽃잎이 먼저 핀다음 좁쌀같은 속꽃잎이 퍼진다. 꽃말은 '지속ㆍ불변'. 개나리가 필때쯤 지고 나면 여름엔 잎이 무성하고 가을엔 석조(石棗ㆍ돌대추)라는 별명처럼 작은 대추모양의 예쁘고 빨간 열매가 촘촘히 달린다. 열매는 10월 중순 상강 이후 수확하는데 시고 떫다. 씨는 정기(精氣)를 뺏는다고 해서 빼내고 과육만 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자양강장 강정은 물론 두통 이명 현기증, 노인들의허리와 무릎 통증, 월경과다, 부정기적 자궁출혈, 다한증 등을 두루 다스린다. 한국과 중국이 원산지이고, 국내에선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 산동면과 경기 이천 백사면의 자생군락지가 유명하다. 1천년전 중국에서 시집온 새색시가 심은 시목(始木)이 있다는 산동명 산수유마을에서 지난 주말 제7회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데 이어 4월초엔 이천 백사면과 양평 개군면에서 산수유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지금은 관상용으로 심어 경기도 일산 등 신도시 아파트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수유지만 예전에 세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가지 보낸다고 '대학나무'로 불릴 만큼 귀한 나무였다. 씨 뿌리고 2년은 돼야 싹이 날만큼 더디게 움직이지만 일단 자라면 모양과 쓰임 모두 뛰어난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은 어쩌면 기다림의 아름다움과 힘을 보여주는지 모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