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로 현대-KCC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지 1년이 되는 가운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행보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후 한동안 업무 파악 및 그룹 결속력 다지기에 주력해왔던 현회장이 최근 들어 `그룹 챙기기'에 가속도를 내며 장악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어 그간의 조직 안정을 바탕으로 향후 경영 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회장은 지난 17일 김윤규 현대아산 대표이사 사장을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98년 현대아산의 전신인 남북경협사업단의 초창기 멤버로 대북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던 대북협상 전문가 윤만준 상임 고문역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신규 기용, 대북사업을 공동대표 이사 체제로 재편했다. 이는 대북사업 강화에 대한 현회장의 강한 의지와 함께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기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윤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99년 현대아산의 전신인 남북경협사업단의 초창기 멤버로 구 현대전자(하이닉스)에서 오랫동안 고 정몽헌 회장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지난해말 정기인사에서 현대그룹 사장단 전원을 유임시키는가 하면 올 정기주총후 이사회에서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를 맡게 되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관측을 불식, 전문경영진 체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그룹의 핵심인 대북사업 부문에서 인사권을 적극 행사해 영향력을 더욱 키우게 된 셈이다. 지난 해 10월 취임 1주년을 전후로 경영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회장은 지난해 12월 현대상선의 `2005년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올초 각 계열사를 돌며 연초부터 현장경영에 강도높은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 1월에는 현대그룹 홈페이지를 재건, 그룹의 정통성 계승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홈페이지내에 CEO 개인 코너도 오픈해 `사이버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현회장은 남북경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5월 방북,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만나 금강산 관광 및개성공단 건설 문제를 논의한 것을 비롯, 그룹 신입사원 금강산 수련회, 골프장 착공식, 리빙아트의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기념식 등 회장 취임 후 4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으며 앞으로도 굵직굴직한 현안들은 직접 챙긴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회장은 최근 적선동 현대상선 건물 지하1층에 마련된 고 정주영명예회장 추모사진전에 참석, "대북사업과 관련해 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실무적인일은 김윤규 부회장이 직접 챙길 것"이라며 역할분담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앞서 현회장은 작년 3월말 경영권 분쟁이 매듭지어진 뒤 그룹 해체 후 사라졌던격주제의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영업본부장, 관리본부장 회의를 부활시켰다. 또한 지난해 4월말 집무실을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으로 옮기고 핵심 계열사이자중간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 작업 및 포스트 MH 체제 구축에 힘을 쏟아왔으며 지난해 8월에는 2010년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재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현회장은 현재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아산, 현대상선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세계경영연구원의 최고 경영자 과정을 수강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현대상선의 자사주 전량인 우호세력인 홍콩의 허치슨 왐포아사에 매각했고 현대상선의 외국인 매수세가 급증했던 하반기에는 콜옵션 조항에 따라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왐포아사 지분 일부를 되사는 가하면 종업원 지주제(ESOP)제를 본격 시행, 경영권 안정에도 만전을 기해왔다. 이와 함께 현회장은 지난달 윤이상 평화재단의 부이사장으로 선임, 대외활동의보폭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어 그간의 `워밍업'을 통해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보다 전면적으로 경영에 나서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회장은 그동안 "외형보다는 내실을 키우고 핵심사업을 1등으로 육성하는 한편경영권 안정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며 "그룹을 잘 키워 `현대인'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회장 취임 후 전체적으로 그룹 계열사들이 활기를 되찾았다"며 "전문경영진 체제를 유지, 발전시킨다는 현회장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 보다 활발한 행보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