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균형미(Symmetry)의 대가'로 불렸던 조각가 문신(1923-1995).그의 10주기를 기념하는 대규모 추모전이 4월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문신의 대표작인 흑단조각을 비롯해 회화 드로잉 석고원형 채색화 등 모두 1백여점이 선보인다. 문신이 말년에 제작했던 브론즈 조각과 불빛 조각은 처음 공개된다. 일본에서 태어나 도쿄 일본미술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문신은 처음에는 서양화를 공부했다. 해방과 함께 귀국해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60년대 후반 파리로 건너갔다. 회화를 전공한 지 20여년이 훨씬 지난 1968년 추상조각을 시작한 것. 문신은 색이 검어 오목이라고도 불리는 흑단을 주로 사용했다. 흑단을 자르고 파낸 뒤 윤이 나도록 마모시켜 나무라는 한계를 넘으려고 시도했다. 재료는 나무지만 브론즈나 스테인리스 스틸 같은 질감을 준다. 선에 강약이 있고 두께도 느껴지는 것은 회화 수업을 충실히 쌓은 데서 비롯된다. 작가는 스스로 "한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많은 데생을 하는데 이는 단지 선과 선들로 연결된 원,타원 또는 반원만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선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작품은 좌우 대칭의 세계를 지향하지만 절대적 대칭은 아니다. 대칭 속에서도 비대칭을 삽입해 동적인 운동감을 보여준다. 그래서 간결하면서도 풍만한 선,다양한 재질로 우주의 생명력을 대칭과 비대칭의 조화를 통해 풀어낸 조각가로 평가받는다. 그가 귀국해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마산에 1994년 설립한 문신미술관은 작가의 유언에 따라 지난해 마산시에 기증돼 마산시립 문신미술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10주기를 기념해 90여점의 조각을 담은 작품집과 80점의 채색화를 실은 드로잉집 등 도록 두 권이 발간된다. 또 마산시립 문신미술관은 문신 일대기 사진전 및 친필 원고전을 8월 말까지 열고 지난해 5월 개관한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은 5월10일부터 개관 1주년 기념전을 갖는다. (02)720-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