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이 쌍용차[003620]주요 핵심부서에 이어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까지 장악, 기존 경영진체제를 유지하겠다던 당초 약속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25일 경기도 평택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열고 상하이차 천홍(陳虹) 총재와 장하이타오(張海濤) 수석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주총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천홍 총재를 새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쌍용차는 사내이사 4명 가운데 3명을 상하이차측 인사로 채우게 됐으며기존에 소진관 사장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까지 상하이차측으로 넘어가게 됐다. 특히 이번에 신규선임된 장하이타오 수석부사장은 회사내 핵심부서인 기획.재무총괄본부를 담당하게 되며 총 8명의 쌍용차 부사장중 가장 높은 수석 자리를 꿰차게돼 장 부총재와 함께 쌍용차 경영의 핵심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상하이차는 정기주총에 앞서 단행된 인사에서도 기획과 재무, 관리와 구매 등주요 핵심부서 지휘부에 SAIC측 인사들을 앉혔다. 쌍용차가 이달 초 단행한 인사에서 투입된 SAIC측 인사 5명은 부사장 3명과 상무 2명으로, SAIC측 부사장 3명 중 2명은 각각 기획.재무총괄본부와 관리.구매총괄본부의 부본부장으로, 나머지 1명은 경영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또 상무 2명에게는 종합기술연구소 소장 보좌역과 이사회 및 경영관리위원회 업무 관장 역할이 맡겨졌다. 쌍용차는 원래 소진관 대표이사 사장 아래로 한국인 부사장 5명이 기획.재무,관리.구매, 생산, 영업 등 4개 총괄본부 본부장과 종합기술연구소 소장을 맡는 체제로 가동돼 왔다. 그런데 4개 총괄본부 가운데 회사의 중장기 프로젝트, 부서간 업무조정, 자금운용, 인사, 구매 등을 맡는 핵심 2개 총괄본부에 SAIC측 부사장이 부본부장으로 투입된 것이다. 특히 쌍용차 연구.개발(R&D) 역량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종합기술연구소에 SAIC측 상무가 소장 보좌역으로 들어간 것은 SAIC이 쌍용차를 인수할 때부터 제기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SAIC이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부상한 경영관리위원회의 주도권도 SAIC측에 넘어갔다. 경영관리위는 소진관 사장과 장쯔웨이 대표이사 아래 5인 위원회로 구성돼 있는데 SAIC측 장하이타오 부사장이 위원으로 추가 투입됨으로써 SAIC측이 과반을 점유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상하이차가 이처럼 쌍용차의 핵심 요직에 상하이차측 인사를 앉히면서 쌍용차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인수 당시 밝혔던 기존 경영진 체제 유지 약속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기존 경영진을 쫓아낸 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요직을 상하이차측 인사들이 장악, 사실상 기존 경영진들은 실권이 별로 없는 `얼굴마담'격으로전락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당시 후 마오위앤(胡茂元) 총재의 언급 등을 통해 `그동안 워크아웃 과정에서 능력이 입증된 현 경영진을 유지시켜 이들에게 회사의 운영을 맡길 것이며 상하이차는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 노동조합 관계자는 "상하이차가 정작 인수를 위해 필요할 때는 기존 경영진 체제 유지 약속을 해놓고 막상 인수를 마무리한 뒤에는 핵심 요직에 자기네 사람을 심는 것은 문제"라며 "노조 차원의 대응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글로벌 기업 도약을 적극 지원하고 SAIC과의 업무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중국인 임원들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면서 "사내이사진의 75%를 상하이차측 인사가 차지하는 것은 어찌보면 대주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