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학기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던 총학생회의 등록금 투쟁 열기가 올해는 `친일청산' 움직임에 가려 예전만 못하다. 광복 60주년에 일본 우익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독도 분란까지 겹쳐 `친일잔재청산'이 대학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관심사였던 등록금 문제가 뒤로 밀리는 형국이다. 고려대를 필두로 시작된 친일청산 움직임은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를 거쳐 이화여대로까지 확산되면서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11일 전 명예교수 한승조씨의 `식민근대화론'을 계기로 친일인사 명단 공개를 선언한 데 이어 연세대와 이화여대 민주노동당 학생회, 서울대 미대 학생회 등도 학내 친일인사 `흔적 지우기'에 본격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제정 등과맞물려 더욱 분위기를 타고 있다. 반면 등록금 인상분 반환 등을 요구하며 학교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학들은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었다. 전남대와 부산대ㆍ단국대ㆍ중앙대 정도가 등록금 투쟁에 본격 나서거나 나설 채비를 하는 정도다. 연세대와 서강대 등 주요 대학들이 일찌감치 학교와 등록금 협상을 타결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도 등록금 투쟁을 일단락하고, 독도 문제 공론화를 주요 현안으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 대학 총학 관계자는 "학교가 개강 직전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각각 5%와 9%올리려했으나 총학과 학생들의 반발로 3%, 5.9% 올리는데 그쳤다"며 "(등록금 투쟁을) 완전히 마무리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일단락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등록금 투쟁을 벌이던 동덕여대와 덕성여대ㆍ숭실대 총학생회가 총장실을 점거하기도 했지만 올해 서울에서는 아직 `점거' 사례가 없다. 그러나 등록금 투쟁에 비해 탄력을 얻고 있는 친일청산 움직임이 어느 정도까지성과를 거둘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회가 거론하는 인물들에 대한 친일 논란은 오래 전부터 반복돼온 내용이고`동상 철거' 등 구체적 행동방식에 대해 민노당 학생회와 총학생회의 입장이 같지않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윤한울 총학생회장은 "친일청산은 마녀사냥식이 아닌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친일인사의 동상을 철거하고 끝나는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그 사람의행적을 알려 판단은 학우들에게 맡기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총학생회 차원에서 친일청산을 추진하는 대학은 아직 고려대 뿐이며,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민노당 학생회, 서울대는 미대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등이 동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