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대식 고층 빌딩들로 가득채워진 도심,글로벌체인 호텔들,한글과 함께 영어를 병기한 도로 표지판,그리고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벽안 흑안등의 외국인들." "한남동 외국인 고급주택가-남산 힐튼호텔-강북의 파이낸스 빌딩,강남의 스타타워빌딩"등 주한 외국인 상류사회의 생활인프라만 놓고보고 서울은 싱가포르 홍콩 도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어떤 외국인도 "서울이 글로벌도시 답다"고 말하지않는다. 왜 그럴까. 이 땅에서 평범한 한국인들과 매일 부대끼며 살아가는 영어학원의 영국인 강사나 유흥가의 러시아 여자 무희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은 적응하기 너무 힘든 곳"이라고 호소하고 있기때문이다. KOTRA 산하 외국인투자유치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의 조현진 전문위원은 "사실상 한국의 일반사회와 직접 부대낄 필요가 없는 외교관이나 다국적기업의 CEO 같은 고소득계층에겐 한국생활이나 싱가포르생활이나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인식은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중소기업 3D업종에서 일하는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이나 외국인 학원강사 등 이 땅에서 중·하류 생활을 하는 평범한 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한국의 약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중류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평범한 외국인 2명을 통해 한국의 도시들이 글로벌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떤 점들을 개선해야할지 들어봤다. 영국계 마케팅 리서치 회사 시노베이트 서울지사의 구키라트 싱 비크 부장(33·인도)과 페 헨릭 칼슨 과장(31·스웨덴)은 서울 생활을 한 지 5년이 넘었다. 아직 미혼인 구키라트씨는 서울 연희3동 빌라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페 헨릭씨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반포동 빌라(방 3개)에서 스위스에서 공부하다 만난 한국인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 대기업의 중간간부급 연봉을 받는다. ◆일상 생활에서… "많이 좋아졌어요.외국인을 백안시하는 분위기도 줄어들고 있어요."(페 헨릭) "하지만 관청업무나 생활인프라와 관련된 기관들과의 의사소통은 여전히 문제가 많아 인터넷 접속이 안될 때,도시가스 신청할 때 영어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되니까 어쩔수 없이 한국 친구에게 SOS를 치게 되더군요."(구키라트) "그래도 서울은 나은 편이죠.라디오에서 영어로 교통정보도 안내해주고 지하철도 영어로 안내방송이 나오고.하지만 버스는 너무 복잡해요. 버스도 영어로 안내방송을 해주면 좋을텐데.서울만 벗어나면 (외국인들이 여행하거나 생활하기엔) 문제가 만만찮지요."(페 헨릭) "삼성 같은 기업들의 서비스는 글로벌기업으로 손색이 전혀 없어요.얼마전 휴대폰이 고장났을 때 외국인 전용 서비스 번호를 누르니 영어로 설명을 해주더라고요.이 점은 도쿄보다 낫지요.한국의 관청들도 기업들처럼 외국인서비스에 좀더 신경을 쓰면 이미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텐데.이를테면 전기요금이나 휴대폰 고지서같은 것도 영어로 나왔으면 좋겠어요."(구키라트)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와인값은 다른 글로벌 도시들에 비해 거의 배이상 받더라고요."(페 헨릭) "집세는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싸요.하지만 서울의 대중교통은 1년 새 많이 편리해졌고 값도 싼 편이어서 매력적이죠."(구키라트) ◆한국인 이웃과 사귀기와 놀기 "처음에는 낯을 굉장히 가리는 것 같아요.거리에서 괜히 흘긋거리거나 피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요.'이웃'으로 동화되는데 아주 한참 걸리죠."(페 헨릭) "보통 한두달 정도는 이웃에 살아도 굳은 얼굴로 말 한마디 걸지 않아요.세달 정도 지나야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요."(구키라트) "먹고 마시는 유흥 장소는 많은 것 같아요.다만 거닐 공원이나,열린 공간이 너무 없는 게 아쉬워요.직장이나 동네에 가까운 산책로나 작은 공원이 없어요. 맨날 멀리 떨어진 한강변이나 남산으로 갈수도 없고…"(페 헨릭) ◆한국에서 일하기 이들은 한국생활을 고향 친구들에게 권할까. "글쎄….언어나 시스템이 나은 싱가포르나 홍콩이 훨씬 적응하기 쉬울 거예요.가족이 있으면 더 그렇죠.아이 세 명이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이들 셋이 모두 다른 학교에 다녔어요.차로 이곳 저곳 실어나르다보면 하루가 다 가고…."(페 헨릭) "아시아 문화를 다양하게 접해보고 싶다는 사람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르지요."(구키라트) 한국 정부에 제안할 것도 많았다. "한국 방송도 영어 자막이 나왔으면 좋겠어요.아리랑방송을 주로 보는데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일반 방송으로도 보고 싶거든요.영어 라디오 방송도 있었으면 좋겠고요.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고 싶은데 미군 방송뿐이잖아요."(페 헨릭) 김수언·김혜수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