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4일 한·일 관계에 대해 "그동안 외교적인 불편도 한국이 먼저 풀곤 했다"며 "외교가 기교적인 일이라지만 외교도 진실과 혼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장단을 청와대로 초청,만찬을 함께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이고,국민의 각오와 자세"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국민 마음 속에는 자조와 냉소,패배주의가 있었다"고 지적한 뒤 한·일 문제에 관한 대국민 서신과 관련,"국민만이 힘이며,나는 국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내가 가진 진솔한 심정과 각오를 이번에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국민 서신에서 '외교전쟁' 대목이 부각된 것에 대해 "언론이 조금 앞서나간 것 같다"며 "외교전쟁을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고 이 일을 하다 보면 외교전쟁이라고 할 만한 각박한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 함께 감당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가 대일 관계를 다뤄오는 데 있어 일본측이 볼 때는 정치적 기교로 다뤄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며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긴 했지만 정치적 기교로 처리했고 일본측에서 부담을 느낄 만한 것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독도 문제,영토와 주권문제에 관한 부분은 양보나 협의가 있을 수 없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번에 끝나거나 덮어두어선 안되며 냉철한 자세로 끝까지 결과를 얻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와 관련해 주변 국가를 잘 이해시키고 국제적으로 지지받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야 된다"며 외교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가 한·미관계도 언급하면서 "동맹국가는 매우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만큼 그 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노력해 오랜 친구와의 우정을 훼손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하자 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잘 관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독도문제에서 대통령은 최종적인 국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의아스럽다"며 우려를 표시한 뒤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의 심각성이 반영된 듯 참석자들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독도문제와 외교문제에 대화의 초점을 맞췄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는 평이다. 김학원 자민련 대표는 "독도문제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대통령이 단호한 의지를 표시해 국민들이 흡족해 한다"며 "독도문제 종합연구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도 "장기적인 대비책으로 독도협회와 같은 조사연구 단체를 묶을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독도문제는 동북아의 중요한 문제니 아시아 차원에서 연대해서 풀어야 한다"며 과거사 입법과 연계한 의견을 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도록 촉구했고,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통령의 발언에 정치권이 태도를 맞추자고 말했다. 허원순·양준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