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원유 금 구리를 비롯한 국제상품가격이 23일 일제히 급락했다. 상품가격 하락은 국제유가가 주도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물은 전일대비 2.22달러(4.0%) 급락한 배럴당 53.81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WTI 종가는 지난 10일(53.54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1.55달러(2.8%) 하락한 53.0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가 예상치를 훨씬 넘는 4백10만배럴 증가하면서 원유시장의 수급불안감을 완화시킨 것이 유가급락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금값도 최근들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금 4월물은 온스당 4백25.4달러에 마감,전일대비 6.20달러 하락했다. 이로써 금 선물가격은 5주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구리 5월물은 5.3센트 내린 파운드당 1.4445달러에 마감,하루 낙폭이 지난 1월4일 이후 가장 컸다. 알루미늄 아연 등 비철금속과 옥수수 콩 등 곡물류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종합적인 상품시세를 나타내는 로이터 CRB지수는 306.25로 마감되며 전일대비 6.51포인트 급락했다. CRB지수의 이날 하루 낙폭은 지난해 4월 이후 최대다. 올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던 국제 상품가격이 이달 중순부터 하락세로 반전된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주로 달러표시로 거래되는 상품가격은 달러가치가 약세일 경우 상승압력을,강세일 경우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 달러 약세에 편승한 투기세력들의 시장교란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세계경제 회복세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상품가격 추가 상승에 부담을 주고 있다. 뉴욕 소재 레프코의 애널리스트인 탐 바우스테드는 "그동안 상품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달러약세였다"며 "달러가치가 강세로 돌아서고,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심리가 확산되면서 상품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달러가치는 유로당 1.3087달러에서 1.2987달러로 급등,유로·달러환율이 지난 2월14일 이후 처음으로 1.30달러선 아래로 하락했다. 엔화대비 달러가치도 1백6엔선을 회복하는 강세를 보였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