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를 통한 속도 혁명이 한국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에서 아침 첫차로 부산에 도착해 해운대 해수욕장 등을 둘러본 뒤 자갈치시장에서 회를 떠 와 저녁에 서울 안방에서 남해안의 싱싱한 회를 즐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대기업에서는 주요 기업의 출장 규정을 바꿔 1박2일 출장 거리였던 부산이나 대구, 목포 등을 당일치기로 변경했다. 고속철도 요금을 지원하면 숙박비와 식대를 절약할 수 있어 당일치기가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고 서울-대전은 1시간이 채 안 걸려 하루 3차례나 왕복한다는 영업사원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항공사는 고객이 크게 줄어 대구공항의 경우 KTX 개통이전 하루 14편이던 항공편이 4편으로 급감했다. 운임이나 시간면에서 KTX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KTX는 지난해 4월1일 개통 142일만에 이용객이 1천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이달말기준 누적 승객이 2천700만명으로 추산되는 등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도 국민의 새로운 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하루 평균 132회를 수송하면서 98.9%에 이르는 정시율을 기록, 다른 나라의 고속철도에 비해 조기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 작년 하루 평균 7만4천명이던 승객도 올들어 8만2천명으로 9.5%나 증가했다. KTX에 사람이 몰리면서 산업과 경제활동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천안 탕정지구로, 천안아산역 배후도시에 삼성전자 LCD 공장이들어서고 2010년까지 20조원이 투입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공장의 이전이마무리되면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10만명의 신규 이주가 예상되고 있다. KTX를 통해 서울-천안이 30분대에 연결되면서 충남 천안은 '서울시 천안구'라는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고속철도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역세권 개발도 지방분권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김천.구미, 대구, 신경주 지역을 초광역 도시권 중심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대구역의 경우 KTX 개통 이후 유동인구가 3배로 급증한 데 힘입어 컨벤션센터 등 대대적인 역세권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대전역에는 철도공사가 개발에 직접 참여, 28층짜리 쌍둥이 건물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은 부산항을 국제 물류중심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철도와 해운의 국제복합 환승센터 건립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안에 성사될 예정인 남북철도연결사업은 KTX의 영역을 중국 횡단철도(TCR)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등으로까지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 관광면에서의 파급효과도 적지 않아 KTX 개통 이후 연계 관광상품만 80개(국내 73, 외국여행사 7개)나 신설됐다. 한류 열풍을 타고 입국한 동남아 관광객들이 KTX로 부산과 목포 등을 다녀오는것이 필수 코스가 되고 있어 KTX가 역동적인 한국을 알리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min36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