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계에서 혼혈인이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23일 입수한 북한의 `조선예술' 2월호에 따르면 북한에서 혼혈인 영화배우가 여러 명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외국인 배역을 맡고 있다. 이 잡지는 혼혈인 배우 출현에 대해 "지난날 망국의 설움을 통탄하며 살 길을찾아 해외로 나가서 살던 과정에 일부 사람 속에서 혼혈아가 생겨났다"면서 "근 반세기 동안 해외동포들이 사회주의 조국의 품에 안기게 되면서 혼혈인들도 들어오게 됐다"고 밝혔다. 혼혈 배우들은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마음의 고통을 겪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잡지는 "그들(혼혈 영화배우)은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가 다른 것으로 해 자연히자기도 모르게 위축됐고 좀처럼 사람들에게 곁을 주려고(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가슴 속 한끝에는 항상 외로움의 감정이 맴돌았고 남들이 웃고 떠들 때도 스스로 자리를 피하곤 했다"고 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6월 혼혈 영화배우를 접견, 격려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접견자리에서 혼혈 배우들에게 기를 펴고 살 것을 강조하며부엌 세간, 생활필수품, 의복 등을 선물했다고 잡지는 소개했다. 대표적인 혼혈 배우로는 북한의 인기 전쟁영화인 `이름없는 영웅들', `안중근이등박문을 쏘다' 등에 출연한 여배우 서옥순이 꼽힌다. 그는 조선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출신 탈북자 주순영(여)씨는 "북한 영화계에서 혼혈인 배우가 활동하는 분야는 외국인 배역 등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연식 기자 j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