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야당 진영을 이끌고 있는 왈리드 줌블라트 사회진보당(SPP) 당수가 21일 카이로를 방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했다. 왈리드 당수는 카이로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4일 라피크 하리리 전총리 암살이후 지속되고 있는 정국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야당의 복안을 밝혔다. 친시리아계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퇴진을 누차 촉구했던 그는 라후드 대통령의진퇴문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니라고 말해 야당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소수 종파 드루즈파 소속인 줌블라트 당수는 "우선 과제는 선거와 시리아군의명확한 철군 일정을 얻어내는 것이며 선거 이후 라후드 대통령의 거취를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선거를 지연시키려는 시도를 강력히 비난하고 5월 총선이 무산될 경우 레바논의 내분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라후드 대통령이 퇴진 압력에 굴복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라후드 대통령의 운명은 총선 결과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줌블라트는 또 일부 정부 기관들이 하리리 암살사건 진상을 밝혀줄 증거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의무를 소홀히 하는 자들과 대화할 수 없다"며 정부측과의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줌블라트 당수는 이어 무바라크 대통령과 회담에서 레바논과 시리아가 "역사적,형제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시리아와적대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문제와 관련, "현재로선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헤즈볼라 문제는 레바논 내부의 문제로 추후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헤즈볼라에 대한 무장 해제 시도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줌블라트 당수는 마지막으로 지난 19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테러를지적하며 레바논의 정보기관들에게 치안상황을 조작하지 말도록 경고했다. 줌블라트가 이끄는 야당진영은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에 대한 국제 조사와 거국 중립정부 구성, 총선 실시를 3대 당면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야당은 하리리 전총리 암살에 시리아와 레바논 당국이 개입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