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투기적 행태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감시 강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영국계 헤르메스펀드의 삼성물산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현지 조사를 실시한 게 그 신호탄이다. 외국자본은 그동안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감독 사각지대'로 여겨졌지만 자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기자본에 대한 확실한 '경고 사인' 헤르메스에 대한 이번 영국 현지 조사는 투기적 행태를 일삼는 외국자본에 보내는 경고 사인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21일 기자들과 만나 "헤르메스에 대한 해외 현지 조사를 결정한 것은 금융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감독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면 시장에 신호를 주기 위해 계속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시장=외국자본의 놀이터'란 지적을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뜻을 확인한 셈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당시 LG카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보유 주식을 처분한 미국계 사모투자회사(PEF)를 검찰에 통보하기도 했다. ◆금융실명법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 시급 금융감독 당국은 외국자본에 대한 조사가 일회성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각종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최근 외국펀드 등이 경영 참여 목적으로 상장기업 지분 5% 이상을 취득할 경우 펀드 실체와 자금 출처 등을 공개토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소버린자산운용의 예에서 보듯 실체가 불분명한 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을 뒤흔드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금감원은 또 투기자본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하기 위해 증권거래법의 역외 적용과 함께 국제증권감독자기구(IOSCO)의 다자간 업무 협약을 통해 외국 감독 당국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 위원장이 "국제화 시대에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한국 시장이 외국자본에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외국감독 당국과의 실질적 공조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감독 당국과의 공조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외국감독 당국에 개인정보 제공을 금지하는 금융실명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