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3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는데다 기관과 개인도 소극적인 매매에 임하면서 증시가 이렇다할 반등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증시에서도 종합주가지수는 장중한때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으로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외국인과 개인이 매도에 나서 약보합선에서 마감됐다. 이에 따라 증시 일각에선 지난해 8월이후 7개월이상 상승세를 이끌었던 '유동성 랠리'의 힘이 마감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증시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했던 헤지펀드의 자금 유출도 일단락됐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지금 시장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기간"이라고 단언했다. ◆유동성 랠리는 아직 유효 증시의 급조정에도 불구,기관에 맡기는 개인 자금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2월 말 1,000선을 돌파한 이후 다소 줄어드는 모습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이다. 지수가 조정받기 시작한 지난주에도 2천4백70억원 이상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이로써 주식형 펀드 잔액은 지난 18일 현재 10조3천5백억원으로 최근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은 "지수가 조정받으면서 일부 개인들의 환매 요구가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적립식 펀드 등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돈이 빠져 나가는 속도보다 들어오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최근 개인의 고객예탁금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이번주부터 상장사들의 배당금 지급이 본격화하면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증시로 재유입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예년의 경우를 감안할 때 오는 4월 초까지 지급할 예정인 배당액 8조원 중 최소 20% 정도인 1조6천억원이 증시로 재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월급날 적립식 펀드로 상당 규모의 자금이 들어오는 '월말 효과'까지 감안하면 유동성의 힘이 다시 증시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달러-캐리 영향력은 제한적 문제는 외국인이다. 특히 2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조정을 계기로 외국인의 자금 운용 패턴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서 그동안 글로벌 유동성의 원천이었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미국 내 저금리로 자금을 차입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세계 증시는 FOMC의 금리 인상을 전제로 움직여온 만큼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가 확인될 경우 글로벌 자금의 급속한 미국 회귀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며 "오히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국 관련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외국인이 3월 들어 1조2천억원 이상 순매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 이후 들어온 헤지펀드의 자금 유출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