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IT(정보통신)주 매물공세가 1,000포인트 안착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IT주를 처분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IT주의 선전없이는 지수 1,000포인트대 안착은 지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IT업체들의 실적개선 조짐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돼 주도주로서의 위상을 곧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외국인 매도 절반 이상은 IT주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1일 연속으로 IT주를 매도하고 있다. 3월 순매도 규모만 5천1백7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액인 9천4백46억원의 52.6%에 달하는 물량이다. 지난 1,2월에 IT주를 각각 1백9억원,4천7백91억원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실제로 이달 들어 15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IT주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LG전자가 2천9백64억원으로 순매도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삼성전자(1천6백93억원) LG필립스LCD(6백67억원) 삼성SDI(4백93억원) 하이닉스(4백15억원) 등 '빅5'들이 모두 매물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IT업종지수는 오를 때는 종합주가지수보다 덜 오르고,내릴 때는 많이 빠지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종합주가지수는 1.80% 하락했지만 IT업종지수는 4.1% 급락했다. 반대로 지난달 지수가 8.4% 급등할 때는 상승률이 5.7%에 머물렀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비(非)IT주 중심으로 상승해온 증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향후 증시는 IT주의 움직임과 보폭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회복속도 느리지만 전망은 밝아 전문가들은 IT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점을 매도 공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빅5'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보다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시장의 기대치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부문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D램 가격의 급락도 악재다. 조한조 한국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D램 값이 2년여 만의 최저 수준인 2.8달러까지 급락하자 IT경기 회복이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며 외국인 매물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IT경기가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를 거치며 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구희진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휴대폰부문은 작년 4분기,LCD는 올 1분기에 저점을 지났으며,플래시메모리도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분기부터,LG필립스LCD는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적당한 계기가 주어지면 강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며 "삼성전자 50만원,LG전자 7만원 아래에서는 적극 매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승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IT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실적시즌을 맞아 오히려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