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주개발은행(IDB) 가입을 앞두고 최근 워싱턴DC에서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IDB 총재를 만났다. 가입서명식을 위해 16일 IDB를 방문키로 돼있던 이헌재 부총리가 올 수 없게 됐다는 뉴스를 전해줬더니 이글레시아스 총재는 의외의 소식에 놀라면서도 "책임있는 당국자(Authority)가 대신 오면 되니까 별 문제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총리 사임으로 뉴욕 경제설명회(IR)도 취소됐다. 부총리 조찬에 초대받았던 한 애널리스트(한국 경제 분석가)는 "새로운 부총리가 정책의 일관성만 유지한다면 한국을 보는 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총리 퇴진은 개인적으로 보면 아쉽고 안타깝지만 시장에 충격이 거의 없었던 것은 다행이다. 한때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돌파에 따른 자연스런 조정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한국경제나 증시가 많이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돌발성 사안으로 경제가 흔들리거나 증시가 출렁이는 수준은 벗어났다. 얼마전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을 때도 월가는 조금 과장한다면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정치 외교적으로는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왔지만 그로 인해 한국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 판단에는 경제운영 시스템이 바뀌지 않고 정책 기조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시장경제나 개혁,단기적으론 경기 부양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는 신뢰가 강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 핵무기와 관련해서 무슨 뉴스가 터져나올지 모른다. 그런 단발성 사건들이 경제나 증시의 몸통을 흔들지 않도록 일관성있게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한덕수 신임 경제부총리의 임명을 계기로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한국에 대한 믿음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