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경영실적 전망을 발표하지 않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급격한 시장 변동으로 향후 실적을 전망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전망치 발표'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과거 미 기업은 투자자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분기별로 실적 전망치를 발표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관행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기업들,실적 전망치 발표 자제=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미 기업은 분기별로 매출이나 주당순이익 등에 대한 회사 측 예상치를 내놓았다. 기업이 제공하는 실적 전망은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이나 시장 트렌드를 읽을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는 훌륭한 '지침서' 역할을 했다. 일부 기업들은 친분이 있는 기관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을 '은밀히' 만나 미래 전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AT&T 펩시콜라 구글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분기별 실적 전망 발표를 폐지한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그리니치어소시어츠가 미국 내 대기업 3백85개사를 설문 조사한 결과 분기별 실적 전망을 발표하는 기업은 2003년 72%에서 작년에는 55%로 크게 축소됐다. 조사 대상 기업의 10%는 분기별 실적 전망치 발표를 '연도별'로 바꾸거나 미래 전망을 아예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단기 전망 왜 안하나=기업들은 단기실적 전망을 달성하는 데 상당한 압박을 느껴왔다. 월드컴 엔론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기 위해 회계 부정까지 저질렀다. 단기 경영목표 설정이 오히려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장기목표 달성에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는 연말께 실적을 한차례 발표할 뿐 연중에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콘퍼런스 콜도 없앴다. K마트의 에드워드 램퍼트 회장은 "기업이 분기 실적에 집착하면 분기 말에는 언제나 제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려 실적 전망에 맞추려는 유혹이 생긴다"며 "이는 회사에는 장기적으로 손해"라고 지적했다. 미래를 전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이유다. 하루가 멀다하고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소비자 취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실적 전망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인터렉티브코프의 배리 딜러 CEO는 "기업을 분기별로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