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산시성 대표들의 회의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참석했다. "올해 정부업무보고에 탄광안전 지원을 포함한 안전 생산 문제를 일정 부분 할애했다. 1백66명의 광부가 사고로 숨진 천자산 광산에 내려가 목숨을 잃은 광부의 가족을 만났다. 몇 명의 가족이 변을 당한 집도 있었다. 차마 보기 힘들었다." 이렇게 얘기한 원 총리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원 총리는 앞서 지난 달 국무원(중앙정부)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장관급인 류궈창 랴오닝성 부성장의 업무를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랴오닝성에서 1949년 공산 정권 수립 이래 최악의 탄광사고로 기록되는 쑨자완 탄광 가스폭발로 2백14명이 숨진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 빈곤층에 속하는 광부들의 잇단 죽음이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통치이념으로 내세운 중국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사례들이다. 쑨자완 탄광사고 발생 하루 뒤 윈난성의 탄광에서도 2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국에는 '죽음의 맨홀'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탄광사고가 하루 평균 10건 이상 발생해 모두 6천27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광부들의 죽음을 고위 공무원 몇몇의 지도력 부족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데 중국의 고민이 있다. 잇단 탄광사고는 자원 다소모형 경제의 과열-전력난-석탄부족이라는 악순환 속에 생명의 고귀함보다는 돈을 우선시 한 자본가들이 가세한 탓이다. 지난 2003년 중소 광산에 대한 무더기 폐쇄조치가 내려졌다가 재개된 것도 일부 발전소가 멈춰설 정도로 석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는 일본의 3분의 1이지만 전력소비는 일본보다 많은 경제의 과열이 낳은 후유증인 셈이다. 더욱이 광산 운영 기업들은 안전보다는 돈 버는데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쑨자완 탄광의 일부 광부는 춘절(설)을 맞아 휴가를 요청했지만 하루 쉬는데 만족한 뒤 세상을 떠났다. 총리의 눈물에서 성장 제일주의를 표방해온 중국 과열경제의 그늘을 보게 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