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퇴근하기,다방 가서 노닥거리며 놀기,전직원 극장 습격하기,사장과 일촌관계 맺기,'아씨방' 놀러 가기….


회사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어떻게 될까.


중구난방에 무질서까지 겹쳐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회사 방침으로 보장하는 곳이 있다.


< 사진 :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원들이 여성 전용 휴게실 "아씨방"에서 책을 읽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바로 정보기술(IT)업계다.


창의성이 중요한 업종 특성상 직장생활을 즐기면서 숨겨진 끼를 발휘하게 하는 '끼 경영'이다.


대표적인 곳이 야후코리아.


이 회사에는 '언플로그드 데이'란 것이 있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엔 모든 직원이 무조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다.


언플로그드는 전기 플로그가 뽑혔으니 일을 안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승일 사장부터 이 날을 즐기기 때문에 직원들은 전혀 눈치를 보지 않는다.


게임포털 '피망'을 운영하는 네오위즈와 보안업체 시큐아이닷컴도 비슷한 '끼 경영'을 하고 있다.


네오위즈에서는 마음에 맞는 팀 2개만 모이면 언제라도 '씨네비어데이'를 신청할 수 있다.


평소보다 한 두시간 일찍 퇴근해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맥주를 마시는 날이다.


모든 비용은 회사가 지불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짭짤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올림푸스한국에는 '극장습격데이'라는 '끼 프로그램'이 있다.


이 날은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전 임직원이 조기 퇴근해 영화를 관람한다.


회사측이 갑자기 날을 잡아 사내게시판에 공지하기 때문에 '습격'이란 말이 붙었다.


이제는 제도가 정착돼 방일석 사장도 이날을 은근히 기다릴 정도가 됐다.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 사장은 자사가 운영하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 직원과 온라인 일촌관계(촌수상 일촌은 부모와 자식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직원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격려와 칭찬의 글을 남기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직원들과 미팅을 갖는다.


사장과의 대화를 신청한 직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삼성SDS의 김인 사장과 NHN의 최휘영 대표는 매월 한차례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낸다.


자신의 경영방침을 편지 형태로 전함으로써 친근감을 주는 방식이다.


동양시스템즈 구자홍 사장은 틈틈이 직원들과 일대일 대화를 나눈다.


직원들이 편하게 쉬면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회사도 적지 않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다음카페에서 착안한 오프라인카페 '다방'을 회사 근처에 마련했다.


다음 직원들만을 위한 1백50여평 독립공간으로 무료로 음료를 마시며 토론할 수 있다.


여성 전용 휴식공간인 '아씨방'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IT업체에서는 자유와 자율 속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 비중이 높아 회사측이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주려 한다"면서 "실제로 끼 경영의 효과도 커 앞으로 더 파격적인 프로그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