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미스터 히치' ‥ 사랑은 '유쾌한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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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강렬한 감정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
나의 행위에 대한 판단과 결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어떻게 내가 이 사랑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란 저서에서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윌 스미스가 주연한 "미스터 히치: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감독 엔디 테넌트)도 유사한 관점에서 "사랑의 전술"을 전면에 내세운 로맨틱코미디다.
추상적인 프롬의 연애론을 구체적으로 다듬은 듯한 연애학에 가깝다.
뉴욕의 데이트코치 히치는 한 의뢰인의 연애가 성사되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자신도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의뢰인인 알버트는 뚱보에 연애경험도 없지만 그가 넘보는 여인 알레그라(엠버 발레트)는 뉴욕 사교계의 여왕이다.
연애코치 히치는 세련되고 유머도 넘치지만 연인 사라(에바 멘데스)는 냉소적인 스캔들 폭로전문 여기자다.
그녀는 숱한 스캔들을 취재하면서 사랑의 "쓰디쓴" 현실을 수없이 직시해 온 캐릭터이다.
사랑의 환상을 좇는 알레그라 보다 벅찬 상대이다.
히치가 숭배하는 사랑의 기술도 사라에게는 상대를 현혹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두 커플의 대조적인 입장으로 인해 종착역도 출발점과 달라진다.
사랑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과 느낌이라는 것이다.
히치는 사라앞에서 실수를 거듭하고 사랑의 전술도 무용지물이 된다.
사랑의 기술은 기회를 마련해 줄 뿐,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남자들이 실수 끝에 여자들로부터 연민을 얻을 때 사랑의 가능성은 발견된다.
그러나 그 연민의 깊이는 얕다.
남성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남녀관계도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다만 각종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된 히치의 연애 기술들은 남성관객에게 어필할 듯 싶다.
"여자의 말을 경청한 뒤 응답하라""당신이 하는 말의 90%는 입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바디랭귀지와 목소리 톤이 차지한다" 등이 그것이다.
액션대작 "나쁜녀석들" "맨인블랙" 등에 출연했던 윌 스미스가 로맨틱코미디 배우로 변신했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쿨하고 유머가 넘치는 기존 이미지를 극대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11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