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였던 김종영(1915~1982)의 작품 소재는 주변의 인물이나 자연이었다. 인간이 정복해야 할 자연이 아니라 인간 속에서의 자연,자연 속에서의 인간,즉 상호 조화의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의 자연관이 기저에 흐른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多)·경(景)·다(多)·감(感)'전은 보기 쉽지 않은 풍경 드로잉전이다. 학생 시절인 1930년대 졸업여행으로 다녀온 금강산 풍경 드로잉에서부터 1960∼70년대 그린 새해를 기다리는 세한도,70년대 초 겸재 정선의 그림을 모방한 그림,북한산 풍경,동네 풍경까지 55점이 출품됐다. 사실 그에게 북한산이나 금강산의 산세와 형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자연의 본질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사색의 흔적을 드로잉으로 남겼다. 김종영 특유의 먹과 붓을 이용한 강한 터치가 돋보인다. 그는 주변의 모습을 실경처럼 그리지는 않았다. 주변에 자연이 있기에 그렸지만 물리적인 의미의 '자연'을 넘어서 자연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탐구했던 것 같다. 5월15일까지.(02)3217-6484 한편 덕수궁미술관에서는 올해로 김종영 탄생 90주년을 맞아 대리석과 목조,청동,철,석고 조각 80여점과 드로잉 60여점을 보여주는 대규모 회고전(5월15일까지·02-2022-0600)이 열리고 있다. 또 갤러리 중 김종영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서울 청담동 원화랑에서는 '김종영의 정물'전(27일까지·02-514-3439)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