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4일 원내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도시법 처리를 둘러싼 당내 분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재희 의원이 하루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박세일 의원도 의원직 사퇴를 철회하기 바란다"며 "행정도시법 반대파 의원들은 비상대책위를 해체하고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서 새출발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행정도시법 처리로 인해 촉발된 한나라당 지도부와 반대파간 내홍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왜 사퇴했나=김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은 행정도시법의 국회 통과 이후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는 당 내분 사태를 조기에 봉합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행정도시 건설 반대파에 대해 '갈 테면 가라'는 식으로 정면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가 행정도시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대신 과거사법 등의 처리를 4월로 미루기로 합의했다는 '빅딜설'이 제기돼 당 내분이 증폭됨에 따라 사퇴 쪽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사퇴 선언에 앞서 박근혜 대표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박 대표는 끝까지 만류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사퇴를 통해 갈등 국면을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원내대표에 당선돼 10개월여 동안 원내 대책을 이끌어왔다. ◆당내 갈등 봉합되나=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한나라당 내 갈등이 일시에 봉합되지는 않겠지만 다음주 초를 고비로 진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빅딜설'을 둘러싸고 반대파들이 요구한 '지도부 사퇴'를 수용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반대파인 이재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책임정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긍정 평가하고 "이를 계기로 당의 여러 갈등이 수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 대표에 대해 책임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새출발해야 한다"며 책임론이 박 대표에게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했다. 확전은 피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대파들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행정도시법 무효화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역시 반대파인 김문수 의원은 "사퇴와 수도분할법 무효화 투쟁은 별개"라고 말해 수도권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 투쟁,헌법 소원 등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