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한 일본대사의망언 등 한ㆍ일 양국간 과거사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제가 아시아 각지를 지배하며 국가명과 지명을 멋대로 바꾼 사실을 보여주는 사료가 공개됐다. 이는 일제가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개칭한 `역사왜곡'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여러 나라에서 자행됐음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동해문제 연구자들의 모임인 `동해포럼' 김 신 회장(경희대 교수)이 펴낸 `동해연구-동해 지명표기의 역사적 이론과 전략'이란 단행본에 따르면 일제는 태평양전쟁당시 점령한 싱가포르와 괌 등의 지명을 일본식으로 개칭했다. 일제는 침략전쟁 점령지의 새 지배자가 누구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미명 아래 지명개칭을 시도, 1941년 12월 진주만 기습과 함께 남방 침공의 거점이었던 중부태평양 지역의 웨이크섬을 오토리시마(大鳥島)로 개명했다. 일제는 또 주도면밀한 일본식 지명 개칭을 위해 이듬해인 1942년 `점령지의 지명통일협의회'라는 전문기관까지 설치, 남방 점령지에 대한 대대적인 지명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일제는 이어 1942년 2월15일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싱가포르를 점령한 뒤 하루만에 이곳을 `쇼난 특별시(昭南島)`로 바꿨다. `남방을 비추다'란 뜻의 쇼난은 `세계 평화에 공헌하는 태양 일본이 대동아 모든 민족을 해방시킨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제는 해외휴양지로 명성이 높은 괌을 점령한 뒤 이곳도 `오미야시마'로 개명했다. 일제는 섬 내의 여러 지명도 계속 일본식으로 바꿔 코코스아일랜드를 장도(長島)로, 토로포포강을 태랑천(太郞川) 등으로 개칭했다. 이런 내용은 일본인(石橋五郞)이 1944년 편찬한 `현대세계해설지도'에 고스란히나타나 있는 것으로 이 책자는 소개했다. 한국국제경영학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 교수는 해외 세미나 참석차 방문한각지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바뀌어 불리는 실정을 알고 동해 연구에 뛰어들어 이제까지 10권의 연구서를 출간했다. 특히 1일에는 10번째 동해 연구서인 영문 저서 `The Name and Limit of the East Sea'를 출간, 영미권 유명 대학 도서관과 연구기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일제는 1904년 강제로 한ㆍ일 협약을 체결하고 `보호정치'를 실시하면서 독도를 자기 영토로 편입했다"며 "일본의 억지주장에 대해 보다 역사적 근거를갖추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책자를 펴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