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기 정협(정치협상회의·정치자문기구)과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3차회의가 각각 오는 3일과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다. 전인대에서는 후진타오 주석이 장쩌민으로부터 국가 군사위 주석직을 물려받는다. 후의 중국 통치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여는 것.하지만 '후의 중국'은 이미 시작됐다. 신통치 이념과 인문계를 대거 중용하는 인사 등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조화로운 사회건설'이 중국을 이끌 통치철학=중국 당정 고위 간부들은 해마다 춘절(설)과 양회 사이에 집단연수를 받는다. 연수 주제로 2004년에는 '과학적발전관'이,올해에는 '조화로운 사회건설'이 채택됐다. 전문가들은 "장쩌민이 자본가를 포용하는 3개 대표 이론과 '발전'을 중시하는 구시동진(具時同進)을 내세운 반면 후는 과학적 발전관과 이민위본(以民爲本·인본주의)을 토대로 '조화로운 사회건설'이라는 새 통치철학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화로운 사회건설'은 도농 격차 등 사회 불안 요인 해소가 중국 정책의 기조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균형 발전과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 거시조정을 통해 후의 통치 색깔은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창업 문턱을 크게 낮춘 '회사법' 개정과 농업세 조기 폐지는 '조화로운 사회건설'의 구체적인 조치들로 해석된다. 회사법 개정안은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 출자 비중을 70%로 올리고 설립 자본금을 낮춰 최소 9천위안(약 1백12만5천원)만 있어도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오는 2008년까지 없애기로 한 농업세의 경우 중국 31개 성 중 26개가 조기에 전면 폐지,7억3천만명의 농민이 농업세를 내지 않게 됐다. ◆흔들리는 이공계 천하=후는 당정에 이어 군까지 장악한 이후 최근까지 대대적인 지방정부와 중앙부처의 장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리커창 허난성 당서기가 랴오닝성 당서기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현지 의회 수장까지 맡은 게 후의 인사 색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리가 49세로 젊은 데다 경제를 전공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리는 후의 인맥 뿌리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기도 하다. 작년 10월 이후 18명의 성 및 부처급 최고지도자에 대한 인사 이동에서 14명이 자리를 옮기거나 승진했으며,4명은 퇴임했다. 퇴임자는 모두 60세 이상.특히 인사 이동자 가운데 경제 법학 등 인문계 전공자가 70%에 달해 이공계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20여명에 이르는 시(市)급 최고지도자 인사에서도 하이커우시의 천청 신임 시장의 전공이 경제관리로 나타나는 등 인문계의 약진이 돋보인다. 미국 후버연구소는 최근 해외파,MBA,인문계 출신의 젊은 인물이 중국 지도부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장쑤성의 10명 부성장급 이상 인사 가운데 1명만이 공대 출신이고,귀저우성도 9명 가운데 1명을 빼고는 경제 법학 등 인문분야를 전공했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과거 지도부는 공산당원 중심으로 채워진 데다 당시 인재가 공대로 몰려 이들이 대거 중용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경제 등 인문계에도 인재가 몰리고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 인문계 인재의 수요가 커졌다"고 인사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후는 군부 인사를 단행하면서도 세대교체와 함께 해군과 공군 인사를 중용하는 등 변화를 보였다. 한편 국영 CCTV는 전인대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5일 후에 대한 표현을 높임으로써 후의 통치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리기에 나섰다.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에서 '새 영도 집단의 핵심'이라고 바꿔 '핵심'을 붙인 것.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들은 장쩌민 전 주석의 재임 중에는 '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고 표현했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