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진 수평선, 담장처럼 둘러친 수평선 너머 남극대륙까지라도 달려갈 것 같은 2백km가 넘는 해안도로. 수십 미터 높이의 유칼립투스 나무 숲을 끼고 차를 몰다 보면 어느새 나타나는 광활한 목장과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떼.


환상적인 풍경을 담은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듯 경치에 빠져 즐기는 드라이브마저 지루해질 때쯤이면 눈앞에는 차마 형언하기 어려운 장관이 연출된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뤄진 해안선과 이를 지키듯 늘어선 12사도 형상의 거대한 바위들. "어떻게 저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풍광은 그곳을 찾기 위해 겪었던 지루한 비행의 기억을 순식간에 날려버린다.


'그이트 오션 로드'는 멜버른 인근 토퀘이에서 시작해 와남불에 이르는 2백여km의 해안도로다.


시종 바다를 끼고 달리게 만들어 놓은 이 도로는 1920년대 전쟁을 마치고 귀향한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자 시작,10여년 동안 지속했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만들기' 사업의 결과물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당초 목적대로 드라이브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짙푸른 바다와 맞닿을 듯 낮게 깔린 구름.이 구름을 떠받치기라도 하듯 바다로부터 우뚝우뚝 솟은 12사도 형상의 바위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혹시 인생의 새출발을 다짐하며 호주를 찾은 신혼여행객이라면 이곳 12사도 앞에서 반드시 둘만의 사랑을 맹세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갖게 한다.


'신이 빚은 12조각품'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눈을 사로잡는 것은 이곳을 '난파해안'이라 불리게 만든 '로크아드 고지'와 영국의 그것과 닮아 이름이 정해진 '런던브리지'다.


로크아드 고지는 1978년 영국에서 54명을 싣고 출항했다 단 2명의 생존자를 남기고 침몰한 '로크아드'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던브리지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불륜 커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1990년 이곳 런던브리지가 바다로 내려앉기 전 바위의 양쪽에 떨어져 서있던 한 쌍의 남녀가 바로 불륜관계였던 것.이들은 각자 배우자 몰래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 다리가 무너지는 바람에 구조요청을 하게 됐고 불륜의 현장이 전세계 언론을 타고 생중계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이 외에도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는 '순교자의 만' '섬의 만' 등 많은 볼거리가 있어 이곳을 왜 '난파해안'이라 부르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곳에는 또 황홀한 경관에 홀려 난파한 1백60척의 배가 지금도 바다 속에 잠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은 호주 하면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골드코스트,그리고 하버브리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멜버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멜버른은 '호주 속의 유럽' '가든의 도시' '문화와 패션의 도시' '미식가의 도시' 등 다양한 애칭을 지녔다.


그만큼 한 곳에서 보고 먹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많다.


멜버른의 인구당 예술가의 비율은 미국의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보다 높다.


때문에 세계적인 전시·음악회가 끊이지 않는다.


도시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야라강변의 사우스 뱅크 일대는 거대한 문화벨트다.


도시를 가르는 교통수단 '트램'과 함께 멜버른의 상징이 된 빅토리아 아트센터와 국립미술관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야라강을 따라 양쪽으로 펼쳐진 잔디밭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로 항상 활기차 있고 갖가지 악기와 붓을 들고 나선 거리의 예술가들로 넘쳐난다.


멜버른 시내를 걷다보면 건축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도 적잖이 흥미를 느낄 만한 여러 가지 건축 양식을 만난다.


1856년 도시의 중심에 건설된 그리스 풍의 빅토리아주 의사당,세계적 고딕 양식 건축물로 꼽히는 호주 최대 가톨릭교회인 세인트 패트릭 성당은 멜버른의 상징이다.


그 옛날 거리를 달리던 목재전철 '트램'은 아직도 시민과 관광객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남아 있고 도심을 오가는 고풍스러운 마차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멜버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관광거리는 카지노다.


라스베이거스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크라운 카지노'가 야라강변 북쪽에 있다.


멜버른 주변엔 가볼 만한 곳이 말 그대로 널려 있다.


멜버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발라랏'은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의 언어로 팔꿈치를 뜻한다.


팔을 괴고 있으면 스르르 잠이 들 정도로 안락하고 쾌적하다는 뜻. 9세기 금광이 발견되면서 골드 러시를 주도했던 발라랏에는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금광촌 '소버린 힐'이 있다.


소버린 힐에서는 옛날 모습 그대로의 광부와 마차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관광객들이 직접 사금을 채취할 수 있어 호주사람들도 즐겨 찾는 명소ㆍ운이 좋아 발견한 금은 가져갈 수 있다.


멜버른에서 가장 가까운 휴양지인 '단데농'에선 1백년이 넘은 증기기관차 푸핑빌리를 타고 숲속을 달려볼 수도 있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15km에 이르는 숲속을 내달리는 기관차에 몸을 실으면 자연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현재 호주의 수도 캔버라(Canberra)가 정해지기 전까지 30여년간 호주의 중심지였던 멜버른.하루 만에 4계절을 모두 느낄 수도 있다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지닌 멜버른은 누군가 추천한 대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멜버른=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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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 대륙의 기후는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지금 호주는 늦여름에서 초가을 날씨를 보인다.


특히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1년내내 바람이 많기 때문에 계절을 불문하고 두툼한 재킷 하나는 필수.시차는 3월말까지 서머타임을 적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2시간이 빠르다.


멜버른까지 직항편은 아직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시드니까지만 매일 운항하고 있다.


캐세이 퍼시픽을 이용하면 홍콩을 경유해 멜버른으로 곧장 들어갈 수 있다.


홍콩에서 멜버른까지는 약8시간이 걸린다.


멜버른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22㎞. 자동차로 약25분 소요된다.


셔틀버스인 스카이버스를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


요금은 어른기준 편도 13호주달러.시내에서는 무료 시티서클 트램을 타면 된다.


19세기 골드러시를 이루면서 멜버른으로 몰려든 이민자들은 나름의 음식문화를 뿌리내려 이곳을 전세계 음식문화를 다양하게 접해 볼 수 있는 미식가의 도시로 만들었다.


론스데일 스트리트에서 시작하는 그리스거리나 라이곤 스트리트의 이탈리아거리,브룬스윅 스트리트의 중동거리 그리고 리틀 버크 스트리트와 러셀 스트리트 사이에 있는 차이나타운 등에 가면 세계 각국의 음식과 문화까지도 접할 수 있다.


멜버른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은 대단하다.


콘서트홀 숫자는 호주 도시중에서 가장 많으며 매년 봄에는 그해의 호주 패션을 미리 볼 수 있는 멜버른 패션쇼가 열린다.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과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1도 개최된다.


가야여행사(02-536-4200)는 멜버른과 시드니를 여행하는 허니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주 금·토·일요일 출발하며 5박6일의 일정으로 멜버른 시내와 그레이트 오션 로드,단데농,시드니까지 둘러보게 된다.


캐세이 퍼시픽 항공을 이용,홍콩을 거쳐가는 일정이며 돌아오는 길에는 홍콩에서 연장체류도 가능하다.


1인당 1백6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