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과외비를 댈 돈은 없고….애들과 함께 미국에 가는 게 그나마 교육에 나을 듯 해서…." 한 30대 서민층 가정주부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남매를 교육여건이 좋은 해외에서 공부시키려는 마음에 미국 입국에 필요한 비자 서류를 위조했다가 들통이 나 구속됐다. 우리 사회의 조기 유학 열풍이 부유층 가정뿐 아니라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에까지 불어닥치면서 한 평범한 가정주부를 범법자로 내몬 사건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A씨(36)는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과 유치원생인 여섯 살배기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였다. 여느 어머니처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A씨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남편이 가져다 주는 한달 월급 1백50여만원의 절반을 두 아이의 사교육비로 쏟아부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들려오는 서울 강남 아이들의 '엄청난' 사교육 소식에 큰 위화감을 느꼈고 조바심도 커져갔다. 사교육 부담에 고통스러워하던 A씨는 지난 99년 미국에 이민 간 친언니를 만나고 온 부모의 말을 떠올렸고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다. 당시 미국에 갔다 온 A씨의 부모는 "한국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미국에 보내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살림은 조기 유학에도 걸림돌이 됐다. 가족 모두가 한꺼번에 미국 비자를 받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한 A씨는 자신이 먼저 미국에 건너가 직업을 얻어 기반을 다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말 미국 비자를 신청했다. 하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A씨는 번번이 비자 발급 심사에서 탈락했고 급기야 미국에 꼭 가야겠다는 마음에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지난해 12월 브로커를 소개받아 남편 명의로 심사 통과에 필요한 소득금액증명서,사업자등록증명서,납세사실증명서 등을 위조하고 브로커가 시키는 대로 위조된 서류 내용을 암기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주한 미 대사관 영사과에 위조된 서류를 제출했지만 인터뷰를 담당한 영사과 직원이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A씨를 수상히 여겼고 끝내 서류 위조 사실이 들통나고 말았다. A씨는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커 남들처럼 아이들을 조기유학을 보내고 싶어 유혹에 빠졌다"며 "구속이 돼 유난히 낯을 가리는 아이들을 누가 돌볼지 걱정"이라며 회한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7일 A씨를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