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검사 아들의 성적을 조작한 배재고사건에 이어 서울 문일고에서는 교장과 교감 등이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조직적으로 시험지를 유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서강대에서는 입학처장이 자체 입학시험을 출제하는 교수에게 자신이 만든 문제와 답안을 건네 준 후 수험생인 자신의 아들에게 이를 숙지시킨 것으로 나타나 교육계의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받고 정답지와 표창장까지 준 교사들=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4일 서울 금천구 문일고 재직 당시 학부모회 간부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성적을 조작한 혐의(배임수재ㆍ업무방해 등)로 교무부장이었던 김모씨(48ㆍ무직) 등 2명을 구속하고,교감 김모씨(59)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교사들에게 성적조작을 지시한 당시 학교장 김모씨(56)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전 학교장 김씨는 2001년 5월 중순께 교장실에서 학부모회 부회장인 구모씨(45·여)로부터 현금 50만원 등 3회에 걸쳐 모두 1백4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뒤 당시 교무부장 김씨와 교사 정모씨(42)를 불러 구씨 아들의 성적조작을 강요했다. 또 이 학교 전 교무부장 김씨는 구씨 등 학부모 3명으로부터 23차례에 걸쳐 6백35만여원을 받은 뒤 2002년 10월 중순께 교무실에 보관 중이던 시험문제와 정답지를 복사,자신이 소개한 과외교사 천모씨(26ㆍ불구속 입건)를 통해 엄모군(당시 고2) 등 학생 3명에게 유출한 혐의다. 이와 별도로 김 교감 등은 학부모 구씨로부터 각종 표창을 받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2백여만원을 받고 실제 세차례 표창을 받게 해준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한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전입학학생 부모들로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거둬 파문을 일으킨 안양예고 비리의혹 사건과 관련,이 학교 교장 등 학교 관계자 8명과 학부모 51명 등 모두 5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학 입시는 입학처장 마음대로=이날 서울 서부지검과 서강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김모 전 입학처장은 자신의 아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수시 1학기 논술고사를 며칠 앞둔 지난해 7월 초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서강대 국제대학원 임모 교수를 인문사회계열 출제위원으로 선정했다. 김씨는 이어 임 교수가 출제를 위해 출입이 통제된 교내 영성연구소에 들어가기 전 따로 만나 자신이 미리 준비한 두가지 문제와 모범 답안을 건넸다. 보통 출제위원은 계열별로 2명씩 선정돼 왔지만 수시 1학기의 경우 당시 입학 처장인 김씨 직권으로 계열별 1명씩만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이 두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관련,이 학교 유장선 총장과 학장ㆍ처장 등 보직교수 전원은 이날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