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설립된 고려에스티(대표 홍승률)는 레이저 가공업체 중 특이하게 건설 분야에 특화된 영업을 하고 있다. 레이저 기계가 처음 도입된 1980년대만 해도 레이저 가공업에 종사했던 업체들은 대부분 기계 및 판금 관련 분야에서 일감을 찾았다. 일감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이다. 수요 업체에 레이저 가공 영업을 할 때도 선진국 사례를 소개하기 용이한 이 분야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에스티는 '역발상'으로 초기 영업전략을 짰다. 대부분 회사들이 기계 및 판금 관련 일을 할 것으로 보고 특화된 분야 개척에 나선 것이다. 기계 및 판금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적정 마진 보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시 품질 문제와 인건비 상승문제로 고전하고 있던 건축 분야의 자재를 레이저로 절단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고려에스티의 이같은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현재 이 회사는 건축 분야에 특화된 레이저 가공기업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축적된 기술력과 전문성이 수반된 신속한 납기로 고정 거래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제주도 블랙스톤 골프장,코엑스,W호텔,호암미술관 등에 들어가는 건자재를 임가공한 경험이 있다. 고려에스티가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큰 매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요인에 기인한다. 고려에스티의 1인당 매출액은 3억5천만원에 육박한다.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종업원 21명의 이 회사는 지난해 52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가 레이저 가공기술을 건설 분야에 도입하면서 건설업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였던 불량 문제가 크게 개선된 데다 건축자재의 표준화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장안동의 한 주차장 터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의 서울 성수동에 자리잡은 고려에스티는 그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단순 레이저 가공에서 탈피하여 중제관 작업을 병행,건축업체에 납품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서브 어셈블리 조립품을 납품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생산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는 게 고려에스티 측의 설명이다. 홍승률 대표는 "겉치레보다는 실속을 중요시한다"며 "번 돈으로 좋은 설비를 꾸준히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늘어나는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제2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02)469-0018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