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bongkp@kotef.or.kr > '목숨걸고 일한다'는 베스트셀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오카노 마사유키씨의 회사는 전 직원이 6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초등학교 졸업이 그의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그는 70평생을 책의 제목처럼 자신의 목숨과 명예를 걸고 금형기술개발에 매진한 결과,지금은 다른 회사에 맡겨서는 도저히 안 되는 일만을 도맡아 하는 기업이 됐다. 이 회사의 강점은 이론에 해박한 박사급 인력이 아니요,최신식 기계 설비도 아니다. 사장 이하 전 직원이 오랜 세월 선반과 씨름하면서 쌓은 경험과 손끝에 묻어 있는 기술력이 오늘의 그 회사가 있게 된 원동력이다. 최고의 제품은 최고의 기술력에서 나온다. 단순히 세계 최고의 첨단 장비를 갖추어 놓는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근로자 개개인의 몸에 배어있는 기술력이 생산성과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전통 산업일수록 심하다. 첨단 기계 설비로 움직여지는 산업에서는 오히려 후발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쉬우나 기술의 숙련도가 요구되는 산업일수록 후진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기가 더욱 어려운 아이러니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하나는 청년인력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어 현장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경제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의 수출 주력 산업인 철강,조선,자동차 등에서 현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40세에 육박하고 있다.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열처리,주물,용접,염색 등의 분야에는 이 기술을 익히겠다는 젊은이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다. 생산현장 숙련공의 대가 끊어질 운명에 놓인 것이다. 근무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훌륭한 선박 건조용 도크를 만들고 고품질의 철강판을 쓰더라도 뛰어난 용접기술이 없이는 좋은 배를 만들 수 없다. 그 용접기술의 큰 부분은 현장경험과 선배들의 현장지도에 의해 축척되는 것이다. 청년 인력이 산업현장에 유입되지 않는 불행이 계속된다면 중장년 현장 근로자가 한평생 익힌 기술을 누구에게 이전해줄 것인가. 생산현장의 활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의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 산업현장의 명장들은 자신이 한평생 익힌 기술을 넘겨줄 아들들을 찾고 있다. 더 나이가 들어 자신들이 퇴직하는 날이 바로 우리 전통 산업의 경쟁력이 종언을 고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