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접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강제 징용자'로 추정되는 1천200여명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적힌명부가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최만삼(58) 인천라이온스 클럽 회장은 "일제시대 사이판섬 근처에서 강제노역했던 아버지가 '노역했던 동료들과 함께 만든 문서'라며 보관해오던 명부를 발견했다"며 "필요한 서류가 갖춰지는 대로 관청에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명부에는 마산, 창원, 통영, 하동, 함양, 함안, 합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것으로 추정되는 1천200여명 정도의 사람 이름이 주소지와 함께 B4용지 크기 종이 30여 페이지에 걸쳐 또박또박 적혀 있다. 일부 기재자의 경우 군 단위까지만 막연하게 쓰여 있지만 명단 가운데 많은 사람의 주소지가 군, 읍, 리, 번지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최씨에 따르면 아버지 최현수씨는 지난 1940년대 초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않아 사이판 섬 근처인 남양군도에 강제로 끌려가 군 보급대에서 수 년동안 짐승처럼 강제노역을 한 뒤 해방 직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최씨는 "아버님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이 명부는 징용을 마치고 돌아올 때 누군가가 각 지역별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고 서로 소식이라도 전하며 살자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번에 언론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사례를 접수한다는 소식을접하고 돌아가신 아버님이 말씀하시던 '명부'가 떠올라 집안을 모두 뒤진 끝에 찾아냈다"며 "이 명부가 그 분들의 맺힌 한을 풀어 줄 수 있는 단서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씨가 일제강제 징용 피해자로 추정되는 명부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일제 강제동원 진상규명위원회는 3월 초 중앙위원회 차원에서 최씨를 방문, 이자료를 검토할 예정이다. (인천=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