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첫 국세청장으로 부임한 이용섭 청장(54)이 다음달께 퇴임할 예정이다. '4대 권력기관장'으로 분류돼 국세청장으로는 처음 국회 인사청문회에 섰던 이 청장은 세정개혁과 접대비실명제 도입 등으로 많은 논란을 몰고오기도 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권력기관에서 탈피해 세무행정서비스 기관으로 자리잡는데 적지않이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집무실에서 만난 이 청장은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내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갈만한 자리가 없으면 나가겠지"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번 청장 교체는 검찰총장 인사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어서 예전 국세청장들처럼 당장 장관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황. 이 청장은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이후 세무조사와 관련해 위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부탁을 받은 일이 한 건도 없었다"며 "특정한 개인이나 기업을 겨냥한 정치적인 세무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것은 내 자신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4조3천억원의 세수(稅收)차질을 빚은 것에 대해서도 "작년에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고 추경예산까지 편성한 마당에 국세청이 세수목표 달성을 위해 돈을 더 걷는 것은 얘기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국세청이 권력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나야 하지만 탈세자들에게까지 흐물흐물하게 비쳐져서야 되겠습니까. 대다수 기업들은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가정 아래 세무행정 서비스를 하고 탈세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하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당 세금추징액이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탈세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전체의 1.3% 정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식 세무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청장은 또 "지난해 접대비 실명제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으나 실제로 운용해본 결과 접대비 사용액이 지난해 5% 이상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대중음식점과 문화상품 지출비중이 커지는 등 사용 내용도 건전해졌다"며 "접대비 실명제는 더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학다리고와 전남대 무역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14회)에 합격,여수세무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재무부로 옮겨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관세청장을 역임했다. 지방대 출신으로 국세청장에 오를 만큼 세제분야 전문가로 평가받았으며 세제 관련 논문으로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따기도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