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베네스트GC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는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소믈리에(sommelier:와인전문가)' 4명이 있다. 서홍진 식음팀장(48)을 비롯 이재술 식음담당과장(47),이종대씨(35)와 '홍일점' 이방자씨(28)가 그들이다. 서 팀장과 이 과장은 국내 특급호텔에서 20년가량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국내외 유명 와인스쿨을 수료했다. 이들이 클럽하우스에서 관리하고 있는 와인은 가짓수만 1백종이 넘는다. 프랑스 그랑크뤼급 와인인 '샤토 라투르''샤토 마고'와 미국의 '오퍼스 원'(Opus One) 등 최고급 와인에서부터 대중적인 것까지 다양한 와인이 갖춰져 있다. 서 팀장은 "가장 특별한 것으로 골프장 개장연도(1968년)와 빈티지(포도 수확연도)가 같은 그랑크뤼급 와인 3병이 있다"면서 "골프장의 전통과 품격을 말해주는 것으로 상징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골프장은 직원들을 선발해 사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와인 연수를 시키고 있다. 이종대씨는 "얼마전만 해도 라운드를 한 후 폭탄주 등 독주를 마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은 와인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 "라운드 후 시상식을 할 때도 폭탄주 대신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소믈리에는 손님들에게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을 서비스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와인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줘 와인의 맛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샤토뇌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는 아비뇽 유수 때 교황이 유배를 떠나 포도를 경작해서 만든 와인이다. 또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nton Rothschild)는 고갱 샤갈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라벨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회원의 기호 등을 사전에 파악해두고 방문할 때마다 최상의 와인을 제공하려 애쓴다. 와인을 따기 전에 병에 온도계를 부착해 온도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섭씨 10도 내외가 적당하고 레드와인은 실온보다 조금 낮은 17~18도 정도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낸다. 이재술 과장은 "비즈니스 골프는 와인을 마심으로써 완성된다"는 지론을 폈다. 커피는 지성을 높여주지만 와인은 감성을 높여줘 동반자들 사이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골프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와인은 프랑스산 유기농 와인이었다. 유기농 와인은 병 라벨에 무당벌레가 그려져 있다. 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않아 벌레들이 살아있는 포도를 사용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방자씨는 "유기농 와인은 3만∼4만원대부터 7만원,10만원 등 가격대별로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요즘도 골퍼들이 즐겨 찾는다"고 전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 < 와인과 음식 궁합 > 와인은 '식탁의 꽃'이라고 한다. 안양베네스트GC 서홍진 식음팀장은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을 좀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한 특급 조미료"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생선요리에,레드 와인은 육류요리에 어울린다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서 팀장은 "음식은 보통 한 종류만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선과 고기만으로 와인을 분류할 수 없다. 음식의 소스나 양념에 따라 고기에도 화이트와인이 어울리기도 한다. 또 본인의 입맛에 따라 좋은 느낌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리에 적합한 와인을 고르기 위해서는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훈제연어샐러드나 전복샐러드에는 프랑스산 '샤블리(Chablis)'나 '푸이 퓌세(Pouilly Fuisse)'가 좋다. 매콤한 한국음식에는 약간 단맛이 도는 와인이 제격이다. 싱싱한 과일향과 산뜻한 풍미를 지닌 리슬링 품종의 화이트와인을 택하면 무난하다. 매운 음식의 자극성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주기 때문에 입맛을 돋워주는 효과가 있다. 프랑스산 '게부르츠트라미네(Gewurztraminer)'나 캘리포니아와 칠레산 와인도 매운 음식에 잘 맞는다. 전골류에는 '샤토뇌프 뒤 파프'와 '샤토 탈보(Chateau Talbot)',돼지족발에는 무거운 맛이 나는 칠레산 '몬테스 알파(Montes Alpha)' 등이 좋다. 두부요리는 모든 와인에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