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시장개방이후 10년이 넘도록 개방경제에 대한 자체 비전을 마련하지못하고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사이에서 '허송세월'하다가 '뉴라운드 추가개방'에 직면한 정부,'동북아 물류허브'에서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구호는 거창하게 키웠지만 아직도 방향을 잡지못한 '물류산업'. 해외로 빠져나가는 조기유학생과 골프등 레저인구를 국내로 끌어들이도록 관련 서비스산업육성이 시급하다는 당위성만 되풀이될 뿐인 상황. 농업에서 물류 교육 레저까지 글로벌경쟁시대를 맞아 망연자실한 꼴이다. '비전이 없는 분야이므로 과감하게 포기해야한다'는 '리카르도식 비교우위논리'가 설득력을 얻을 정도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 '선택과 집중' '네트워크' '복합(퓨전)산업화'등 지역경제의 신조류,신경영기법을 제대로 터득하면 농업분야까지도 글로벌경쟁을 해볼만하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국토전체면적이 좁기때문에 농업은 무조건 비전없다고 치부하는 접근방식은 지양돼야한다"면서 "물류산업만 하더라도 부산에서 여수.목포에 이르는 남해안 전역을 대상으로 "종합해양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면 글로벌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1.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성주씨(가명.42)는 지난 88년 고향인 경북 성주군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물려받은 땅 1천5백여평이 밑천이었다. 소득을 더 올리기 위해서는 농지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김씨는 농지를 조금씩 늘려 지금은 8만5천여평을 확보했다. 김씨는 농사규모가 커지자 지난 94년 2명의 직원과 함께 영농위탁회사를 설립하고 위탁영농으로 농지 21만평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결과 김씨는 지난해 3억6천1백여만의 소득을 올렸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보다 소득은 6배로 늘어났다. 흔히 '한국농업은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식으로 체념하지만 김씨의 사례는 "규모의 경제"로 나아가면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공용 서강대 교수(경제학과)는 "1백만여 농가가 작은 면적을 나눠 경작하는 영세농 형태를 벗어나 '경작면적 확대->생산비 절감->가격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기업형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전체 경작지 (1백87만ha)는 미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협소하지만 현재 1백28만가구로 분할되어있는 농지를 약2만2천여개 기업농으로 전환,단위경작면적을 미국수준으로 키워놓으면 국제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0~20년을 내다보고 호남평야(주),김해평야(주)와 같은 거대기업농을 키우면 한국 농업의 미래가 열릴 것"고 주장했다. #2."부산 광양 인천으로 나뉜 물류항만을 합쳐 하나의 '슈퍼 중추항만'을 개발한다면 한국항만이 중국이나 일본 항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국제적인 물류전문가인 헨크 G 솔 교수(네덜란드 그로닌젠 대학)는 지난달 21일 해양수산부 주최의 '동북아 물류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컨테이너 항만이 동북아 물류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선 중국 홍콩.상하이,싱가포르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부산항의 연간 물동량은 1천1백43만 TEU(1 TEU=20피트 컨테이너 하나),광양항은 1백32만TEU 등으로 홍콩(2천2백만TEU) 싱가포르(2천50만TEU) 한 곳에도 뒤진다. 전문가들은 "동북아물류허브를 달성하기위해선 단기적으론 현재의 '부산-광양 투 포트'전략 대신 '부산항 원포트'전략으로 중화권(싱가포르 홍콩 상하이등)에 대등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론 '원 포트'이냐 '투 포트'냐를 넘어 남해안 전체를 놓고 '종합해양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규모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동원그룹 회장)은 "광양항~부산항간 물류.수산업.레저 콤플렉스" 구상을 내놓고 있다. "부산.광양항 일대는 유럽~싱가포르를 지나 일본.북미로 이어지는 관문에 위치하고 있다.이들 두 항구가 지닌 천연의 관광.수산자원과 이들 항만 배후의 광주.구미.창원 등 산업기반을 통합한다면 세계 최고의 물류 '허브'를 육성할 수 있다" #3."새만금 간척지에 5백40홀 규모의 세계 최대 골프단지를 조성하겠다"(전라북도)."전남 해남.화원 일대 3천2백만평에 30개 골프코스를 갖춘 9백20만평 규모의 골프타운을 만들겠다"(전라남도) 지난해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는 경쟁적으로 골프장 중심의 레저.관광단지 조성 구상을 발표했다. 특히 전라북도는 세계 최대 골프장인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玔)의 "미션힐스 골프장"(1백80홀 규모)을 능가하는 규모를 갖춘다면 관광객 유치에 있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골프등 레저.여행(유학.어학연수 제외)으로 쓴 돈은 95억달러.이중 3분의1만 국내로 끌어들여도 내수경기와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즉효'할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골프와 레저를 즐길 비용으로 동남아에서 더 오래 편히 보낼수 있을 정도로 국내 관련산업의 경쟁력이 낮다는데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관광.레저산업도 네트워크및 클러스터(집적)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면 국제경쟁이 가능하다고 본다. 박용규 삼성硏 선임연구원은 "관광, 문화, 생태자원 등 서.남해안권의 관련 자원을 통합해 충정~전북~전남~경남으로 이어지는 'L자형' 관광.휴양벨트를 구축하고 기업형 통합 운영시스템을 도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영.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