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8일 오후 2시 창원공장 소회의실.노조가 '조건 없는 쟁의행위 철회'를 한다고 밝힌 뒤 처음으로 노사 교섭을 갖는 자리다. 'XX놈아' '이 XX가'…. 노조 교섭위원들의 욕지거리와 삿대질이 회사측 교섭위원 대표인 최평규 회장을 향해 난무했다. 교섭은 10분 만에 결렬되고 노조는 바로 공장 정·후문을 봉쇄해 제품 출하를 막는 투쟁에 들어갔다…." 지난해 노사 대타협으로 8년 만에 영업 흑자를 낸 통일중공업이 ㈜삼영에 인수된 뒤 2년간의 노사관계를 일일이 정리한 기록을 서적으로 출간해 화제다. '이젠 함께 변해야 삽니다'라는 제목의 이 책자(2백23쪽)에는 각종 선전물을 통한 노조 집행부의 목소리,이에 대한 회사의 반박과 호소문,사내 게시판에 오른 일반 노조원들의 목소리,객관적인 언론의 시각 등이 상세히 담겨 있어 만성 분규의 대명사인 통일중공업이 노사 대타협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쳤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아버지가 정리해고된다면'을 비롯 '노동조합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한자리에 앉을 수 없다' '술에 취한 노조 간부' 'XXX,배때기를 칼로 찔러 죽인다' '노조 간부의 식판 엎기' '노조가 작업모를 쓰지 말라면 마는 거지' '경영 정상화 대타협,노·사·주주 모두 웃음꽃' 등 노사가 겪은 진통의 일지가 파노라마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기업이 이 같은 형태의 노사현장 보고서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기업들에 적지 않은 교훈과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