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계속 오르고있어,외국인은 아주 초조한 심정일 겁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영업담당 매니저는 최근 외국투자자들의 다급한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전했다. "한국주식이 왜 오르냐" "경기가 정말 살아나는 것이냐" "지수가 급등했는데 지금 매입해도 되느냐" 등이 주요 질문이란 것이다. 그는 "최근 종합주가지수는 물론 코스닥지수가 국내 기관과 개인 주도로 급등세를 지속하자 외국투자자들의 속이 타고있다"며 "올들어 관망세로 일관해 매수시점을 놓친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대세 상승장마다 대규모 매수를 주도하며 지수 급등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이번 상승장에서도 뒤늦게나마 매수 주체로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종합주가지수 급등 과정에서 국내 기관 및 개인에게 주도권을 뺏긴 채 관망세를 지속했던 외국인이 최근 들어 매수세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지점장은 "외국인들이 본격 매수세에 가담,블루칩을 움직일 경우 지수는 단숨에 1,000포인트를 뚫을 것"이라며 "향후 외국인 움직임이 시장의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뒤늦게 매수에 나선 외국인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최근 4일째 순매수 중이다. 지난 10일 북한의 핵 보유 발언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1천억원에 달하는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15일에도 지수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2천7백9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쏟아졌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1천억원 가까운 순매수로 장을 떠받쳤다. 이와 관련,일각에선 외국인이 본격 매수세로 방향을 튼 신호라며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3조원 가까이를 팔아치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순매수로 돌아서 1월에 8천5백8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에도 보름간 5천8백4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상승장에서 한 달에 2조~4조원어치를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본격적인 매수세로 들어섰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지수가 급하게 오르자 지난해 말 차익을 실현했던 외국인들 가운데 일부가 다급하게 다시 사들이고 있는 중"이라며 "최근 지수가 조정없이 급등하는 사이 매수 시점을 놓친 대부분의 외국인들도 초조함 속에 지수 조정만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지수가 단기 급등한 데 따른 부담은 있으나 조정을 받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형성돼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도세력 복귀할까 하지만 외국인이 향후 매수 주체로 복귀할지 여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김기수 CLSA증권 전무는 "외국인의 최근 매수 열기는 과거 활황기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며 "아직 쉬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동원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전무는 "외국인은 이미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릴 만큼 늘린 상태"라며 과거와 같은 대규모 매수세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안 전무는 "외국인은 국내 소비심리 회복과 정보기술(IT) 경기 바닥 통과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으로 현실화되면 대규모 매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