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과거분식회계를 일정기간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내용의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 처리가 일부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몽니'로 진통을 겪고 있다. 여권이 고위당정회의를 통해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하고 이해찬 총리와 임채정 의장 등 여권 수뇌부가 나서서 이를 기정사실화한 터에 여당 법사위원들이 당론과 무관한 '독자적 심의'를 내세우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지도부와의 만찬모임에 여당 법사위 소속 의원 8명 중 두명만이 참석한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2일 열린 법사위 소위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유예해줄 경우 과거분식 해소를 위한 회계처리(역분식)와 새로운 별도의 분식을 구분할 구체적인 안전판이 없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예컨대 신규분식을 전표조작 등을 통해 과거분식으로 둔갑시킬 경우 이를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법사위원은 "과거분식과 현재분식을 구별할 방법이 있다는 일부 주장에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에 소신대로 법안 처리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개정안의 법사위 조기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법사위원은 모두 15명으로 이 중 여당 소속이 8명이고 최연희 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6명,민노당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하고 있는 반면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반대입장이라는 점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여당에서 두명이 찬성해야 한다. 문제는 여당 의원 중 확실히 찬성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물론 확실히 반대하는 사람도 없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절반정도는 '과거분식과 현재분식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고,절반정도는 유예반대라는 개인의 소신을 접고 타협이 가능하다면서도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더라도 여당 의원들이 끝까지 당론을 거부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은데다 일부 의원들이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내세워 찬성쪽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통과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창·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