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시내에서 동쪽으로 차로 1시간여 달리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사현장이 나타난다.


연말 개항을 앞둔 대소양산항과 상하이를 잇는 둥하이대교 공사다.


지난해 12월말 이곳에서는 용접공 1백30여명이 강추위속에서도 상판 접합작업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공사를 감독하는 리샤오추씨는 "상하이 와이가오창 터미널이 포화되기 전에 신항만을 짓는다는 목표로 막판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대소양산항이 완공되면 상하이항의 화물 처리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소양산항은 상하이시가 인근 군도에 세우고 있는 신항만.상하이 근해는 수심이 얕아 대형 컨테이너선이 들어오기 힘들기 때문에 육지와 멀리 떨어진 군도에 신항을 만들고 둥하이대교로 연결하고 있다.


다리 길이는 장장 31km.서울에서 인천까지의 거리다.


공사 규모가 워낙 장대하다보니 현지에서는 "만리장성 이후 최대의 역사"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중국이 상하이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신항만을 짓는 이유는 하나다.


현장 관계자들은 "향후 거둬들일 이익이 공사비의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답한다.


항만·물류가 주요국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으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항만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체제가 자리잡으면서 항만을 통한 국가 간 무역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최근 동아시아 항만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현재 세계 10대 항만 중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선전 부산 가오슝 등 동아시아 항만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특히 중국 상하이항과 선전항의 경우 지난해 물량이 전년에 비해 30%안팎씩 늘어났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투어 항만 증설 경쟁을 벌이는 뒤에는 중국이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나오는 수출 물동량은 그 증가세가 좀처럼 꺾일 조짐이 없다.


전문가들은 2006년께면 동북아시아 물량이 세계 전체 물동량의 30%수준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20피트짜리 컨테이너(가로 길이 6m 내외) 1억개분이 동북아로 드나드는 시대가 곧 열리는 것이다.


#승자가 독식한다(Winner Takes it All).


중국 물동량 확대의 과실이 모든 국가에 고루 돌아갈 리는 없다.


갈수록 배들이 커지면서 한번에 많은 물량을 실어날라야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물량 대부분이 허브(hub) 항만을 이용하는 추세다.


허브 항만을 갖춘 나라가 몫을 독차지한다는 뜻이다.


허브항만의 부가가치는 환적(煥積)화물에서 나온다.


환적 화물이란 소형 화물선인 피더선에 실려 들어왔다 대형 컨테이너 선에 실려 다른 항만으로 운송되는 화물.주변 나라 화물들이 피더선에 실려 허브항으로 들어오면 일단 입항비와 하역료를 내게 된다.


잠시라도 화물을 보관하려면 보관료를 내야하고 이를 다시 유럽이나 미국으로 향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에 실을 때 선적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 가운데 허브 항만을 가진 나라는 막대한 수입을 챙길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 맞은 동아시아 항만·물류 시장


허브포트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기존의 대형 항만과 신진 항만간의 신경전도 치열해 지고 있다.


동아시아 항만물류의 전장(戰場)은 크게 북중국 남중국 남아시아 등 3개 권역.한국이 속해 있는 전장은 북중국권이다.


상하이 칭다오 다롄 등의 중국 항만과 한국의 부산 광양,일본 항만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3개 권역 중 가장 '전투'가 가장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남중국권은 중국 항만끼리 경쟁하고 있는 곳.세계 1위 항만인 홍콩과 신흥 항만인 선전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입항료가 비싼 홍콩항 대신 가까운 선전항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미주로 가는 컨테이너선들이 기항하는 대만의 가오슝항도 이 권역에 속한다.


남아시아권은 싱가포르 독주체제에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경쟁구도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말레이시아의 신흥 항구인 탄중팔레파스는 싱가포르와 위치가 비슷하면서도 입항료 등 제반 비용이 저렴해 해마다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 항만 생존의 길은


부산은 상하이와 더불어 북중국 권역의 '양강(兩强)'으로 꼽힌다.


두 항만은 비슷한 점이 많다.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항만의 최대 처리량 이상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고 올해 말부터 새로운 항만을 가동한다는 점도 똑같다.


세계적인 항만으로 발돋움한 역사가 짧고 최근 몇년 간 꾸준히 화물이 늘고 있는 것도 닮았다.


한가지 다른 점은 자체 수출 물량이다.


한국의 경우 수출 품목이 반도체 휴대폰 등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첨단 제품 중심이어서 컨테이너선에 실을 만한 수출 물량이 적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자체 수출 물량만으로도 일감이 넘친다.


전문가들은 부산과 광양이 급성장 중인 상하이를 포함해 동북아시아 항만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으려면 항만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상선의 상하이지사 강호경 총경리는 "우리 정부가 오는 2011년까지 55선석을 추가 건설한다고 하지만 상하이항 개발속도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며 "주도면밀한 계획아래 시설을 확충하고 해외물류 기업을 유치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상하이=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