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투자자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경제와 자본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올바른 투자마인드와 투자문화가 정착돼야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CEO들이 경제와 금융에 대한 인식을 일찍부터 일깨우기 위해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달 직접 강사를 돌아가며 맡아 실시하는 증권·경제특강은 큰 호응을 받으며 살아있는 현장교육의 새로운 장(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증권업협회가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CEO 순회 증권특강'이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이 지난해 7월 첫 특강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16명의 CEO들이 릴레이로 전국 초·중·고교를 찾았다. 이 순회 강연에 참여한 학교와 학생수는 현재 전국 16개 학교,3천7백명에 달한다. 이 CEO 특강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송종 교보증권 사장이 지난해 12월6일 일일교사로 나선 서울 정의여고에서는 3학년 학생 7백여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해 강의실을 대형 강당으로 옮겨야 했다. 송 사장은 "사회 첫발을 내딛는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돈의 의미는 무엇이고,증권시장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등을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강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이 강사로 나섰던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특강에서는 학생들의 큰 관심을 반영,질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예정된 강의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이 사장은 강의에서 주식시장의 현황과 운영원리,올바른 투자 마인드 등에 대해 고교생 수준에 맞는 눈높이식 강의로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한 학생은 "증권사 CEO 강의를 직접 듣고 나서 장래 꿈을 CEO로 바꿨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강원 사장은 "주식시장을 알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갈망이 대단했다"며 "중등 정규 교과목에 자본시장의 핵심인 증권시장에 대한 설명이 전무한 현실이 새삼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의 경우 서울 마포고등학생을 상대로 '워렌 버핏 만들기'를 주제로 강의해 열띤 반응을 얻었다. 김 사장은 "지금의 청소년들 중에서 미래에는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같은 투자의 귀재들이 나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투자 마인드를 키워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신기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주식과 투자 등의 개념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이해시키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최 사장은 "이번 강의를 계기로 어려서부터 투자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증권업협회 김희영 투자자보호실장은 "CEO 특강이 이처럼 인기를 끌자 전국 초·중·고교 뿐만 아니라 동문회,지역모임 등에서까지 강의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올해 특강 대상 지역과 단체를 확대시킬 계획이다. 김 실장은 "CEO 특강이 큰 호응을 얻는 것은 딱딱한 경제원리 교육이 아니라 CEO 본인의 경험담과 실생활의 사례 등을 통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경제교육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CEO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투자자 직접 교육에 나서는 것은 올바른 투자문화가 정착돼야 증시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개인의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하고,투자는 어떤 원칙에 따라야 하는지를 증권사가 나서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송 대신증권 사장도 "주식을 단지 사고파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투자자 인식과 투자문화를 바꾸지 못하면 증권사들도 위탁매매 한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올바른 투자 마인드를 가진 건강한 미래의 투자자 저변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 증시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황 회장은 "지금 국내 증시는 외국인에 휘둘려 금융주권을 상실할 위기에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건강한 미래 투자자를 우리 손으로 육성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