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이웃 항구도시인 닝보(寧波) 앞바다에 '임당수'라는 곳이 있다. 또 닝보에는 유독 심(沈)씨가 많다. 이를 들어 닝보사람들은 '한국 심청전의 본류가 닝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닝보 사투리 중에는 우리말과 같은 게 여럿 있다. 빨리빨리를 뜻하는 '어서어서',부인의 어머니를 뜻하는 '장모',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하는 '바보' 등이 그것이다. 이는 과거 닝보가 한반도 남부지역과 연결되는 물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고대 무역상들은 닝보에서 배를 띄워 물길을 타고 목포 쪽으로 도착했고 다시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북상,개성에서 인삼을 산 뒤 산둥(山東)성에 닿았다는 설명이다. 일부는 목포에서 다시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일본 시모노세키(下關)로 이어졌다. 닝보-목포-개성(시모노세키)-산둥 등으로 연결되는 물류망이 형성됐다는 얘기다. 고대 동북아 물류망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상하이 등 중국동해안-한반도 서해안-일본 동남부 등이 황해를 사이에 두고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 뱃길에는 지금 단순 무역상뿐만 아니라 제3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최적의 생산단지를 찾는 투자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해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이 갖고 있는 경제 비교우위가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거대한 호수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靑島) 근교에 자리잡고 있는 부산공단은 '황해 산업클러스터'의 작은 사례다. 부산상공회의소와 현지 지방정부가 부산지역 업체를 위해 만든 61만평 규모의 전용 공단이다. 이 공단에는 현재 고무튜브 생산업체인 넥센,물류기기 업체인 골드라인 등 8개 부산지역 업체가 입주,제품을 만들어 중국시장 및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공단관리를 위해 파견된 부산상의 양재영 과장은 "아직 초창기라 입주업체가 많지 않지만 중국 내수시장 공략 및 해외 물류망 등의 이점이 힘을 발휘하고 있어 입주업체가 올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인근 쿤산(昆山)의 신발제조업체인 선화는 3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적인 OEM신발 메이커.전라북도 군산에서 사업을 일으켰던 이 회사 소재웅 사장은 "세계 제화시장 제패의 꿈을 이곳 쿤산에서 이루고 있다"며 "한국의 디자인 기술과 중국의 저임노동력이 결합,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