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지난 97년에 이어 두번째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97년에는 신동방이 미도파에 대한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던 이른바 '미도파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이랜드가 계열 유통업체 이천일아울렛의 경쟁업체인 세이브존을 인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랜드는 세이브존I&C에 대한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가자 세이브존I&C 모회사인 세이브존을 인수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양쪽 다 큰 소리 치지만 법정소송 등 복잡한 변수가 있어 현재로선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랜드측은 세이브존 인수추진에 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공개매수 공고에서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점포수가 10개도 안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아울렛업계는 지금 태동기라고 할 수 있다. 할인점 시장이 부쩍 커진 상황에서 이천일아울렛과 세이브존은 일종의 '변형된 아울렛'을 시도하고 있다. 재고의류와 잡화를 파는 정통 아울렛과 달리 신선식품과 생활용품까지 취급하는게 이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세계 소매시장에서 유례가 없는 업태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양측은 경영권 쟁탈전에 매달리기보다 시장 자체를 키우는 데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 이번 이랜드의 세이브존 주식 공개매수를 두고 '해묵은 감정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검토하던 유능한 직원이 어느 날 동료 직원들과 함께 뛰쳐나가 경쟁자로 자기 앞에 나타났으니 이랜드 박 회장도 심기가 불편하겠지만 지금은 힘을 합쳐 파이를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통인들은 감정이 개입된 경영권 쟁탈전이 당사자간 파국으로 끝난 사례를 이미 목격했다. 97년 봄 '미도파 사태'를 겪은 후 공격측인 신동방,방어자인 미도파·대농은 물론이고 직·간접으로 간여한 고려산업 대한종합금융 등 10여개사가 잇따라 비운을 맞은 교훈을 8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