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다 모여라.' 문화재청이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심의를 위해 다음달 1일부터 28일까지 전국에 산재해 있는 백자대호(白磁大壺·달항아리)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기로 했다. 국보나 보물 지정은 지금까지 신청된 문화재에 한해 개별적으로 심의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같은 종류의 문화재를 일정기간 신청받아 한자리에서 일괄 심의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그 첫번째 일괄 심의 대상이 달항아리다. 심의 방식이 이처럼 바뀐 데 대해 문화재청은 "신청된 문화재만을 심의하다 보니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인 면에서 더 가치 있는 문화재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빚어 왔다"고 설명했다. 백자대호는 그 형태가 둥근 보름달과 비슷하다고 해 일명 '달항아리'로 불린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백자대호는 우악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262호와 호암미술관의 보물 1424호 등 2점뿐이다. 문화재청은 미지정 백자대호가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해 전국에 20여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정부의 일괄 심의방식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면 가치가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이다. 인사동의 한 화랑 관계자는 "달항아리는 높이 42cm 이상이면서 형태와 유약 상태가 완벽하고 18세기 전반 금사리에서 제작된 A급의 경우 10억∼15억원,B급은 6억∼7억원선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달항아리가 국보 또는 보물로 지정될지는 미지수다. 정양모 문화재위원장은 "신청된 모든 달항아리를 한자리에 모아 문화재로 지정된 것과 비교하게 되면 심의 기준이 이전보다 오히려 강화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용이 명지대 교수는 "이번 일괄 심의방식은 훌륭한 달항아리를 문화재로 지정함으로써 양지로 끌어내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지만 소장가들이 이에 응할지,과연 몇 점이나 낙점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문화재청의 김인규 학예연구관은 "달항아리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은 오는 8월께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재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달항아리의 가치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달항아리가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정 신청은 문화재청 홈페이지(www.ocp.go.kr)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042)481-4914∼6.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