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마샬-러너 조건과 J커브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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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끝난 다보스 포럼에 이어 이번주에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회의와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모든 회의의 관심은 미국의 무역수지적자 축소방안에 모아지고 있다.
올들어 열렸던 각종 국제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요약하면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약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히려 달러약세가 미국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론적으로 특정국가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단행하는 통화가치 평가절하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소위 '마샬-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을 충족해야 한다.
국제무역이론에서 하나의 고전적인 내용으로 다뤄지고 있는 이 조건은 수출입 공급에 있어서 문제가 없을 경우 외화표시 수출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을 합한 값이 최소한 '1'을 넘어서야 평가절하가 무역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이를 테면 마샬-러너 조건을 미국과 한국간의 교역에 적용할 경우 미국이 달러약세를 통해 한국과의 무역수지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달러약세로 미국상품의 원화표시 가격이 내리면 한국에 대한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대신,달러약세로 한국상품의 달러표시 가격이 올라가면 한국으로부터 수입물량이 크게 줄어들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이런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미국의 수출상품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수출가격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다.
반면 미국의 수입상품은 지금처럼 소득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있는 계층'은 수입품 가격변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고 '하위 계층'의 수입품은 대체할 미국제품이 적기 때문에 설사 가격이 변한다 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
오히려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할 경우 초기에 나타나는 J커브 효과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J커브 효과란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될 경우 수출입 가격변화는 즉시 일어나나 이에 따른 수출입 물량이 변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정시점까지는 무역수지가 더 악화된다는 이론이다.
결국 지난주말에 끝난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이 무역수지적자를 개선할 목적으로 달러약세를 지나치게 유도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미국과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를 많이 초래하고 있는 국가간의 새로운 공조방안이 강조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주 영국 런던에서 열릴 G7 재무장관 회담을 통해 실천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신공조 방안은 미국은 무역수지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금리인상을 통한 저축률 제고와 재정수지적자 축소에 노력하고 중국처럼 미국과의 무역불균형이 심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큰 폭의 달러약세를 수용해야 한다는 절충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주에 열릴 FRB 회의에서 미국은 연방기금금리를 최소한 0.25%포인트 인상해 자체적으로 무역수지적자 축소 노력을 보여주는 대신 곧이어 열릴 G7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다른 선진국과 협조해서 위안화 평가절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이에 대해 중국도 어느 정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