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버블 경고등] (중) 제조업 엘도라도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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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에 "산황(三荒: 세가지 결핍)"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공장운영의 필수 요소인 노동자 전력 토지 등이 부족하다는 뜻. 심지어는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추진한 뉴딜식 성장정책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 제조업 현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근교 칭푸(靑浦)에 있는 직원 1천5백여 명 규모의 완구 생산업체인 남동완구.이 회사 이태훈 사장은 춘제(春節. 설)명절을 앞 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설 명절을 쇠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 직원들이 과연 얼마만큼 돌아올지가 걱정이다.
"작년에는 약 10% 직원들이 돌아오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올해는 더 심할 겁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민공(民工.시골출신 노동자)부족이 노동자의 대 이동시점인 설을 계기로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임금인상이다.
그는 "지난 2년 사이 직원평균 임금비용이 30%가량 올랐다"며 "노동력 부족이 더욱 심화될 올해에만 30%의 임금 인상을 각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할 처지다.
그래도 상하이 지역은 비교적 나은 편이다.
민공 부족이 심한 광둥(廣東) 푸젠(福建) 저장(浙江)등에서는 기업 사이에 인력구하기 전쟁이라도 벌여야할 판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광저우(廣州) 선전(深土川) 둥관(東莞) 등 주장(珠江)삼각주 지역에만 약 2백만명의 노동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전에는 월 6백위안(약 8만원)만 줘도 일하겠다는 농민들이 줄을 섰었고,원하는대로 직공을 구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다르다.
민공들은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지역,기업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국 내륙에도 공장이 들어서면서 민공의 절대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공장 노동자 감소는 인구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한 자녀 갖기 운동에 따라 취업연령 젊은이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중국 연령별 인구구조를 볼 때 30∼40대 연령 인구는 약 2억7천4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는 연령대인 20∼30대 인구는 2억1천8백만명에 그치는 실정이다.
약 5천6백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노무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는 화이트칼라(영업 사무직)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업무에 투입할 만한 근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고,있어도 턱없이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 상하이지사의 경우 헤드헌터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유통분야 경력자를 찾고 있다.
이 회사가 제시한 급여는 5년차 경력의 경우 월급 약 6천위안(1위안=약1백30원).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각종 보험 등을 포함하면 약 9천 위안, 우리 돈 약 1백17만원을 제시하고 있지만 적당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람은 많지만 쓸만한 인재는 적은 풍요속의 빈곤 현상이 사무직 근로자 시장의 문제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업무 능력을 제대로 갖춘 인재를 찾기가 힘들고,애써 가르쳐 놓으면 2∼3년 후 다른 업체에 빼앗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상하이 근교 자싱(嘉興)의 스피커생산업체인 ESTec전자 관리부 김도형 과장은 "대도시에서 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지방근무를 꺼려 구하기 어렵고,또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원하기에 적절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세계공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는 전력부족이다.
전력문제는 이제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도 조업을 단축해야 할 만큼 만성이 되어있다.
상하이 근교 한 골프장.이 골프장은 요즘 평일인데도 손님이 적지 않다.
자영업자들 때문이다.
그들이 평일 골프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전력난에 있다.
"일주일에 의무적으로 3일 쉬어야 합니다.주말에는 일하고 평일 날 쉬는 경우가 많지요. 멈춘 공장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타 차라리 골프장에 나옵니다."
쿤산(昆山)에서 포장용기 제작 중소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J사장의 푸념이다.
'세계 공장'을 위협하는 요소는 이밖에도 많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토지사용 억제에 따른 공장부지 확보의 어려움,빈발하고 있는 노동자 파업,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중국정부의 근로자 복지 규정 등이 기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