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세계 증시의 전반적인 약세 기조 속에서 한국 증시는 '나홀로'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열풍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거래소 시장도 단숨에 900선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들어 23일까지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24.3%.종합주가지수도 3.0% 올랐다. 한국 증시의 독주가 멈출 줄 모르자 증권가에서는 향후 전망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대세상승의 초입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 갈 것이다"라는 낙관론과 "이제 꼭지점을 넘어 과열 단계로 들어섰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씨티·JP모건 등 신중론 신중론은 주로 외국계 증권사가 앞장서 제기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 전망이 불확실하고 △소비심리 부진이 여전하며 △주가 수준이 낮지 않아 △재평가는 시기상조라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24일 "한국증시 재평가는 시기상조"라며 조만간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증권사는 자체 평가모델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720선까지 조정받을 수 있으며,일정 부분 재평가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780∼79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증권사는 "종합주가지수가 950을 뚫고 더 오르려면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의 재평가를 믿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기업의 이익 변동폭은 크게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25% 미만으로 여전히 아시아 평균인 40%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도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은 유동성 랠리로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으나 어두운 내수 전망과 정부대책의 약효 의문 및 기술주의 수익 불투명성을 감안할 때 대세상승으로 치닫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이치증권은 "지금이 한국 주식을 매도할 때"라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내놨다.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리서치헤드는 이날 '한국 주식을 매도하라(Sell Korea)'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는 과거 사례에서 보듯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떨어질 때 결코 좋지 않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탄력을 보이더라도 한국은 소비심리 침체 등으로 내수 확대로 연결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투자자는 일부 경기둔감주나 고배당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증권사에서는 삼성증권 교보증권 등이 최근 주가 급등에도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미국 주가가 연초에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내 증시도 실적보다는 유동성 장세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낙관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폈다. 삼성증권은 "작년과 비교해 올해의 경제 여건이 특별히 나아질 것이 없다"며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