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귀 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이 23일 "연고가 없는 사람은 애당초 입사가 불가능했다고 봐야 한다"는 내용의 자폭성 기자회견을 가져 기아차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채용비리 소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 계약직 1천79명을 채용한 직후부터.노조 홈페이지에는 "누가 누구 백으로 광주공장에 들어갔다더라" "누구는 광주공장에 들어가면서 얼마를 줬다더라"는 식의 폭로성 글이 폭주했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는 정병연 현 노조 지부장파벌을 비롯한 5∼7개 계파가 나눠져 자리다툼을 벌여온지 오래 됐고 이전투구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내부고발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검찰은 분석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취업장사는 과거 김선홍 회장 시절 경영측이 강성노조에 굴복,사실상 '경영참여'에 가까운 권한을 묵인한데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동안 광주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기아차는 아무나 입사하는 회사가 아니다"는 얘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왔다. 광주기능대를 비롯한 광주지역 직업훈련원 등 인력공급 기관들의 기아차 취업실적은 몇년새 전무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유능한 직업훈련원 출신들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뒷돈을 낸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이 회사의 고졸 생산직 초임은 특근수당,연말성과급,격려금까지 포함하면 연봉 4천만원선에 달한다. 이처럼 '고졸 최고의 매력직장'이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생산직 83명을 선발하는데 무려 5천1백33명이 몰려 61.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선 노조관련 제도를 관장하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노동계의 요구로 수년 전 노동부의 노조에 대한 회계감사권이 없어지면서 노조의 비리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웬만한 중견기업 매출에 버금가는 기아차 노조의 자금내역이 노조간부 몇몇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성역이 돼버린 것은 노동부의 회계감사권이 없어지면서부터라는 것. 광주=최성국 사회부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