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김진섭 사장(39)은 4년전 유럽으로 출장을 갔다가 특이한 '사업아이템'을 발견했다.


일기 등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을 책으로 엮어 만들어주는 소규모 '책공방'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책공방은 옛 방식 그대로 북프레스 등사기 잉크롤러 등을 이용해 책표지 디자인에서부터 종이 재질까지 개인의 취향에 맞춘 수제(手制)책을 만드는 곳.


'세상에 단 한권밖에 없는 맞춤책'인 셈이다.


"단순히 읽는다는 차원을 넘어 자신만의 책을 만들수 있는 유럽인들의 문화와 삶의 여유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 사장은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위해 지난 2002년 8월 직장인 잡지사에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낸 직후 서울 서교동에 단독주택을 개조,60여평의 책공방 아트센터를 열었다.


창업자금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포함해 모두 1억원이 전부였다.


사무실 임대보증금(3천만원)과 인테리어비,골동품 취급을 받는 북프레스 활자 잉크롤러 등사기 등 집기를 구입하다보니 창업비가 빠듯했다.


돈도 돈이지만 책공방 사업에 대한 조언을 얻을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오로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자신의 전공인 출판 일과 언뜻 비슷한 것처럼 보였던 책공방은 시간이 갈수록 전혀 딴 판이었다.


"유럽을 비롯해 일본만해도 책공방이 확산되고 있지만 과연 우리 실정과 문화에 접목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습니다."


우려는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전단지를 뿌리고 아무리 홍보를 해도 손님이 찾질 않았다.


직접 찾아다니면서 설명을 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업 자체가 우리 실정과는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에도 몇번씩 직장을 다시 구해볼까 망설였습니다."


탈출구는 학교에서 열렸다.


공략대상을 학교로 전환,수도권 1천여 초등학교를 제집 드나들듯 방문해 선생님 설득에 나섰다.


처음엔 잡상인 취급하던 선생님들이 차츰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관심있는 선생님들을 초빙해 무료체험행사도 열었다.


특히 아이들의 장거리 이동문제를 걱정하는 것에 착안,버스를 개조해 출장서비스를 시도한 것이 먹혀들었다.


주입식 교육에 몸서리를 치는 386세대 부모들이 책공방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조금씩 입소문이 퍼져나가자 유치원을 비롯해 도서관 지자체 백화점 등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가족이나 연인 등이 자신들만의 앨범이나 책,다이어리를 만들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출장서비스는 사업을 반석에 올린 전위대 역할을 했다.


45인승 버스를 개조,'책 만드는 문화버스'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30명 이상의 단체주문이 들어오면 공방집기 등을 싣고 이동해 현장에서 책 만드는 실습을 한다.


이동서비스는 초등학교를 비롯해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백화점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죽처럼 풀어진 펄프를 떠서 종이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종이에 글자찍기,독특한 모양의 책 제작 등 직접 손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자체가 작업자에게 흥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서비스 비용은 교육비와 재료비 등을 포함해 1회 기준으로 1인당 2만원선이다.


고급 양장책 등 작업이 복잡한 프로그램은 4∼8회의 교육과 작업이 필요하다.


책공방의 한달 평균매출은 출장서비스를 포함해 3천만원 정도.직원수도 5명으로 늘어났다.


이달말엔 수요가 늘고 있는 강남상권을 겨냥해 선릉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돈이 안되는 사업'이라고 모두들 손사래를 쳤던 책공방이 이젠 새로운 사업아이템 대열에 늠름히 오르게 된 것이다.


"내 자신에겐 하나의 사업이지만 책공방을 매개로 사람들이 책을 더 잘 이해하고 친해지는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지방에서 출장 요청이 오면 이에 응할 수 없다는게 요즘 김 사장이 부딪친 고민 중 하나다.


그래서 김 사장은 올해 '책 만드는 버스'란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