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방개혁, 피부에 와닿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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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논산)훈련소의 장교가 훈련병들에게 강제로 인분을 먹도록 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힘들었다던 60~70년대 아버지 세대의 군대 이야기 소재로도 등장하기 힘들어 보이는 사건이 바로 며칠전 우리 군에서 터진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자식들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낼 부모들은 할말을 잊고 있다.
이번 인분사건은 며칠 전 육군훈련소 내무반에서 입소한 지 1주일 된 훈련병이 사망(군은 자살 주장)한 사건과 맞물려 터져나와 모든 부모들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훈련병 아들을 둔 한 어머니는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일로 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며 "열심히 군복무를 하고 있을 모든 군인들만큼은 이 비보를 듣지도 보지도 않게 해주고 싶을 뿐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이번 인분사건은 군의 정보수집 및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군 기강문란의 극치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훈련병 가족들이 청와대 인터넷 등에 올리면서 외부에 알려진 사건을 군 내부에서는 사건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
늑장보고를 받은 윤광웅 국방장관이 21일 뒤늦게 훈련병과 그 가족,국민에게 사과하는 '국방부 입장'을 발표하긴 했지만 비난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를 국방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최근 다양한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
인분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당일에도 국방부는 국방부내 주요 보직을 민간인에게 넘기기로 하는 등 문민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국방개혁도 우리 군의 앞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국방개혁의 첫 걸음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마음놓고 군대에 보낼 수 있는 병영 환경을 조성하는,그야말로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